영화 '식코'(Sicko)
영화 '식코'(Sicko)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8.04.2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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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문 종 극 <편집부국장>

영어 Sicko(식코)는 '아픈 자', '앓은 이', '환자'란 뜻으로 쓰이는 속어다.

이를 테마로 국내에서 상영되고 있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국내에 개봉된 후 단기 상영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관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져 개봉 3주째인 지난주 초 3만명을 넘긴 '식코'는 이같은 추세라면 앞으로도 계속 관객을 불러들일 수 있어 장기 상영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수백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는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초저비용으로 제작되는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점과 단체관람객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식코'의 국내 상영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북지역에서도 지난 25일과 26일 이틀동안 서원대학교 미래창조관에서 '식코'가 상영됐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가 관람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료상영한 것이다.

'로저와 나', '볼링 포 컬럼바인', '화씨 911' 등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주목을 받아온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가 이처럼 2008년 4월 대한민국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식코'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즉시 답이 나온다.

이 영화는 국민들의 건강과 의료혜택은 외면한 채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거대 보험회사와 제약업체가 지배하는 미국 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갔으나 의료보험회사가 병원비 지불을 거부한 한 여성의 이야기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의료보험 시스템의 허점을 끄집어 내며, 이같은 시스템은 보험회사와 제약회사 등의 엄청난 로비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점도 부각된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 고생하던 9·11 사태의 자원봉사자들이 평소 악마(카스트로)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적국() 쿠바를 방문해 도움을 받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으로 관객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이 영화는 '의료보험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 우리 국민에게 닥쳐올 수 있는 미래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다.

새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의료법인 영리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민영의료보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현재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임의지정제다. 임의지정제가 도입되면 지금의 건강보험을 취급하는 의료기관과 민간보험을 취급하는 기관으로 양분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되면 부자들은 호텔방과 같은 병실에서 의도된 높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민간보험 취급 의료기관을 찾게된다. 현재 정부 주도의 건강보험에서 빠져 나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부자들이 빠져 나간 건강보험은 재정 악화의 가속화로 의료보장의 범위가 점점 축소되어 가다가 아예 폐지될 수도 있다. 의료혜택의 양극화 수준을 넘어 영화 '식코'에서 처럼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새정부의 당연지정제 폐지가 의료법인 영리화, 민영의료보험 확대 등으로 이어져 결국은 지금의 건강보험을 파괴하게 되는 형국은 쉽게 추론할 수 있다.

현재 건강보험의 조그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논리로 시도되는 임의지정제가 우리의 미래에 영화 '식코'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국민을 볼모로 굳이 의료시장에 과격한 시장논리를 집어넣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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