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적 정부협상
아마추어적 정부협상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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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 신 모 <청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방문에 이어 일본을 방문, 수행기자 조찬간담회에서 미국과의 쇠고기협상 타결과 관련하여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없었더라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 개방했어야 할 문제였고 일찍 하면 관련이 없었을 것인데 미루다가 이렇게 되었다"면서 "우리가 미국에 양보했다고 하는데 그런 주장은 너무 정치논리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기본입장을 밝혔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배경에 대해서도 "우리 도시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고기를 먹는다"면서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되고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개방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축산농가에서는 앞으로의 쇠고기가격 폭락사태를 예상하여 조금이라도 제값을 받기 위해 소를 일찍 처분하려고 서두르는 바람에 전국 도축장에 비상이 걸렸다. 설이나 추석 명절 대목 때보다도 더 많은 소들이 도축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큰 암소 1마리 연평균 가격은 496만원이었는데 한·미쇠고기협상이 타결된 지난 18일에는 472만원, 20일에는 다시 430만원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축산농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심각하게 확산되어 있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한·미 쇠고기협상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구대로 사실상 쇠고기의 연령, 부위에 제한없이 모두 수입하기로 했다. 당초 우리가 주장했던 동물성사료금지조치나 수출검역증명서상 연령표시 등의 안정성 강화장치 대부분은 관철시키지 못했다. 이는 한·미 FTA와 앞으로의 한·미 동맹관계를 고려하느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소홀히 했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다음날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우리측 선물로 한·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이루어진 한·미 쇠고기협상 타결에 대해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일제히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농민·시민단체에서는 이번 협상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미국에 대한 굴욕적 외교협상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무효이고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다음 달에 개최될 임시국회에서 협상 당사자들을 상대로 청문회를 열겠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한·미 FTA 비준동의와 쇠고기시장 완전개방을 연계해 파상공세를 펼쳐온 미국은 4년4개월만에 뼈를 포함한 쇠고기까지 수출할 수 있는 실리를 챙겼다. 반면 우리 정부는 그동안 주장해 온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개방문제는 별개사안이라는 원칙을 버리고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검역주권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이번 쇠고기협상 타결로 이익을 보는 국민집단과 피해를 보는 국민집단이 누구인가를 분석하고 그들에 대한 정책제언을 직무유기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아마추어적 정부협상은 이제 사라지고 철저한 국익을 우위에 두는 프로협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개방으로 제기되는 문제점은 크게 2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국민건강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축산농가에 대한 대책이다. 국민건강문제에 대해서는 OECD 수준에서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 축산농가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정책토론회 등을 통한 다양한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장단기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MB정부가 국민신뢰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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