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진천도 죽고 우리 황소도 죽고
음성 진천도 죽고 우리 황소도 죽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2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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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민교협 회장>

정부의 정책이 기만적이라는 통렬한 비판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반지역 정책은 수도권 이외의 지방을 삶의 공간으로 삼고 있는 2500만 국민들에 대한 철저한 배신이고 기만행위이다.' 이것은 4월17일 발표된 시민단체의 성명서 내용중의 일부다. 혹자는 섬뜩한 공격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표현을 억제한 흔적이 역력하다. 서술의 주체는 차라리 '이명박 사기정부'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그렇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바뀌었다고 국가 정책의 기조(基調)가 흔들려서야 되겠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기만이라는 것인가. 중간 논증을 생략하겠거니와 간단히 말해서 5+2와 수도권 규제완화가 기만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5+2 광역경제권 구축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중 핵심이다. 이것은 전국을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구 경북의 대경권, 부산 경남의 동남권 등 5대 광역경제권으로 재편하고 강원도와 제주도는 특별 광역경제권으로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정책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다시 말해서 각 지역을 효율적으로 나누고, 그 중핵(中核)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정책을 바탕으로 혁신도시를 재편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며, 각종 이론으로 그 타당성을 주장하는 한편 지역민들을 회유하고 있다.

언뜻 보면 국가 전체를 다섯 영역 또는 일곱 영역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각 권역의 경제적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들린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도권과 충청권이 동등한 경제광역권인 것처럼 호도(糊塗)하는 이 형식논리는 지방분권이라는 절대명제를 망각하도록 만드는 최면효과가 있다. 따라서 이 권역배열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과 평등을 먼저 완성해야 하는 최우선적인 명제를 왜곡시킨다. 이것은 옳지 않다. 먼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균형을 이룬 다음, 비수도권을 4대 광역권으로 분할하든지, 6대 영역으로 분할하든지 해야 한다. 이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기본발상과 정책구상 자체가 틀렸다. 틀린 전제에서 출발한 정책은 실행될수록 부작용이 심화된다.

대통령은 미국에 가서 쇠고기 개방을 약속하는 사이에 한국의 행정부는 혁신도시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즉각 서울에 소재한 일간지들은 혁신도시 등 지역균형 발전정책은 참여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므로 폐지 축소해야 한다는 논조로 보도했다. 지역의 민심이 흉흉해지자 정부는 곧바로 진화작업에 들어갔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오류를 범했다. 즉, 혁신도시를 폐지해야 하겠다는 의중이 오히려 청천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4월17일 한나라당의 조윤선 대변인은 혁신도시의 '기존계획이 변경됨으로써 생기는 불이익은 다른 방식으로 보상'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불이익 보상'보다 '기존계획 변경'이다. 정확히 말해서 혁신도시 계획은 5+2의 광역중심 정책으로 변경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게 결론을 말한다. 혁신도시는 물론이고 행정복합도시나 지역균형발전 등은 원안(原案) 그대로 실행해 주기 바란다.

엊그제 어떤 진천농민이 어차피 이판사판이 아니겠느냐고 분개하는 소리를 들었다. 미국에 간 대통령이 쇠고기를 개방한다고 하는 바람에 소 가격이 요동쳐서 가을에 내야 할 소를 봄에 팔아 버렸다고 한다. 갑자기 출하된 소가 많으므로 자기네 소는 하릴없이 도살장행이 되었을 거라면서 서러워했다.

곧이어 진천 음성의 혁신도시도 물 건너간다고 한탄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국민국가의 국민으로서 조심해야 할 말까지 해댔다. 서울사람 너희들이나 대한민국 국민을 하라면서 음성 진천 농민인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하나다. 서울이 독립하든지, 서울 이외의 지역이 독립하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진천 음성도 죽고 우리집 황소도 죽고, 나도 죽겠다면서 그는 깡소주를 털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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