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311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왜 사냐건 웃지요 왜 사냐건 웃지요 김태봉 살다보면 가끔은 뜬금없는 소릴 듣곤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너 왜 사냐"일 것이다. 이 물음에 어떻게 답할지 고민하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다. 1930년대 시인 김상용은 그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에서 그야말로 뜬금없이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되뇐다.'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말에는 삶에 대한 달관이 듬뿍 담겨 있다고들 말하는데 이런 뉘앙스의 말은 한시(漢詩)에도 보인다. 당(唐)의 시인 리바이(李白)는 달관(達觀)의 나이가 아닌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이 말을 하였다. 리바이(李白)의 시 '산중문답(山中問答)'을 보자.問余何事棲碧山(문여하사서벽산) : 왜 푸른 산에 깃들어 있냐고 묻길래笑而不答心自閑(소이불답심자한) : 웃으면서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저절로 한가롭 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 2012-05-28 21:30 초여름엔 꽃보다 이것 초여름엔 꽃보다 이것 입하(立夏), 소만(小滿) 지났으니 이제는 영락없이 여름이다. 밭에서는 보리 이삭이 피어나고, 산에서는 뻐꾸기가 울어댄다. 그러나 현실은 고달팠다. 김매기와 모내기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작년 식량은 바닥이 났고, 보리는 아직 익지 않아 먹을 것이 없던 보릿고개도 바로 이즈음이었다. 가장 바쁜 철이자 가장 배고픈 시기에도 사람을 위안한 것은 철마다 제철의 모습을 뽐내는 자연이었다.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라 옛 부터 일러 있고'널리 알려진 단가(短歌) 사철가의 일부이다. 봄이 꽃이라면 여름은 녹음방초라고 조상들은 읊었던 것이다.北宋의 정치인이자 문인이었던 왕안쓰(王安石)는 그의 시 '초여름 정경(初夏卽事)'에서 초여름을 이렇게 그렸다.石梁茅屋有彎기(석량모옥 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 서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 2012-05-22 01:37 봄이라서 그립다 봄이라서 그립다 김태봉 어느덧 5월 중순이다. 모든 세월이 다 지나고 보면 덧없이 빠르게 느껴지지만, 그중에서도 봄은 더욱 빠르게 느껴진다. 꽃샘추위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니 하며 봄을 투정한 게 엊그제인데 벌써 봄은 성큼 돌아서 자리를 뜨려 한다. 당(唐)의 여류시인 쉬에타오(薛濤)는 춘망사(春望詞)라는 시에서 봄을 이렇게 읊었다.花開不同賞(화개불동상) : 꽃은 피었건만 함께 즐길 이 없고花落不同悲(화락불동비) : 꽃이 지건만 함께 슬퍼할 님 없네欲問相思處(욕문상사처) : 님 계신 곳에 묻고 싶어라花開花落時(화개화락시) : 꽃 피고 꽃이 지는 때를風花日將老(풍화일장로) : 꽃에 바람 불고 해는 곧 지려는데佳期猶渺渺(가기유묘묘) : 오기로 한 임은 여전히 아득하네不結同心人(불결동심인) : 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 2012-05-14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