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이야기'의 차이
'말'과 '이야기'의 차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0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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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지극히 고전적이지 않나 싶을 정도의 옷차림을 한 아리따운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요조숙녀의 모습인 그녀가 영화관 매표구 앞에서 갑자기 엽기적인 춤을 추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얌전한 그녀가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이유는 바로 'Show를 하라. Show'라는 광고문구 때문이다.

소리를 통한 의사소통의 경계를 허물며 '전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있는 영상전화의 소비자 접근은 이런 파격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그 파격에는 이처럼 반전이 숨어있는 이야기가 근간이 된다.

지금 세계는 부(富)의 중심축이 크게 이동하는 과정에 있다.

정보화의 혁신과정을 거친 글로벌경제는 바야흐로 '이야기경제(Story Economy)'의 등장으로 요동치고 있는 셈이다. 무형의 이야기 자산으로 가치를 창조해 내는 상상력의 경제인 이야기경제는 인간의 꿈과 감성을 토대로 무한한 가치사슬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미키마우스는 1928년 태어났으니 올해로 80주년을 맞는다. 미키마우스를 탄생시킨 디즈니월드는 2006년 353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총매출을 기록해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인 인텔(315억 달러)을 추월했다. 또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세계 최고의 부자로 통하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산업혁명을 통해 본격 등장한 산업사회가 1960년대 컴퓨터의 출현으로 본격화된 IT(정보기술)경제를 거쳐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감성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전화 브랜드 'Show'는 음성의 주고받음에서 보는 것과 의미의 소통이라는 감각의 새로운 차원으로 확산 접근을 시도한다.

이와는 별도로 'Show'는 "생쑈를 하고 있다"라는 다소 부정적이고 비아냥거리는 관용구를. 동영상과 함께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활방식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주문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광고를 통해 전달되는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이야기'를 통한 감성의 자극이 자리잡고 있다.

'반지의 제왕' 작가 존 로널드 톨킨은 이야기에 대해 "이질적이고 이탈적이며 돌발적인 것들을 '합리적으로' 조작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환상적 서사의 핵심이다. 이질적 다양성은 환상성을 보장하고 서사적 합리성은 현실감을 부여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좋은 이야기가 갖춰야 할 조건과 이를 통한 보편적 가치의 확보 및 콘텐츠로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톨킨의 이 말은 심오하다.

그러나 설화와 민담. 신화 등의 풍부한 원형에 대한 통합적 접근과 경이로움을 기반으로 하는 재미의 보장. 그리고 있을 법하고 그럴듯한 이야기쯤으로 이해하면 쉽다.

일찌감치 '이야기 산업'의 중요성을 예견하고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한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전국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이 벌써 4번째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상상으로 엮어내는 새로운 세상'을 표방하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전국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은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된 것으로 이제 확고한 기반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상작 역시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될 전망이어서 '이야기'를 통한 산업화의 시도가 눈 앞에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참으로 '말'이 많은 요즈음이다.

'말'은 '이야기'와 다르다. '이야기'는 지어낼 수 있으며. 상상력의 더함이 가능하다.

그러나 '말'은 참이 아니면 재앙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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