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거부 혹은 기피
토론, 거부 혹은 기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0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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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공동대표>

'토론은 민주주의의 꽃이다'라고 말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토론이 없는 의사결정은 곧 독재의 이름에 다름 아니며, 최적의 대안을 도출해 내는데 있어 토론보다 더 유효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표적 토론의 장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의회다.

그런데 이번 제18대 총선에서 후보자 검증을 위한 방송토론회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후보자가 적잖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이 경기도와 영남지역 등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국 곳곳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충북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토론회 불참사유도 갖가지다. "후보의 일정이 바쁘고 젊은 유권자를 직접 만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거나 "당 공천이 늦어져 주민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다. 중앙당 지원유세 일정과 겹치는데다 현장유세를 통한 주민의견수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결국 토론회에 나가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뛰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러할까

합동토론회, 특히 TV방송토론회(HCN충북방송의 경우 3차례 방송) 효과는 후보자가 제아무리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다닌다고 해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을 기피하는 것은 토론에 나아가지 않아도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오만이거나 토론회에 참석하여 다른 후보와 견주었을 때 드러나게 될 차이, 그것이 자질이나 능력 또는 정책, 공약이든지간에 불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토론에 자신이 없어서 기피하는 경우도 없잖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러한 후보자는 토론의 전당인 의회에 나아갈 까닭이 없다.

충북에서 일부 방송토론회 등에 불참한 후보자로서는 이용희 자유선진당 보은 옥천 영동선거구 후보자와 김경회 한나라당 증평 진천 괴산 음성선거구 후보자로 알려지고 있다. 김경회 후보자는 "토론회 난립을 방지하고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정책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해당 선관위가 방송토론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3∼4회 정도로 압축한 후 일정별로 토론내용을 구체화한 토론회를 진행해야 한다"며 질 높은 공식토론회를 강조했다고 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토론회가 난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말하는 '질 높은 공식 토론회'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국가기관이 인정하는 것이어야 하며 사전에 토론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어야 한다면, 과연 변별력이 있겠는가 민의를 대신할 선량을 뽑는데 민간이 주최하는 토론회는 안된다고 한다면 왜 선거를 하는가, 유신 때 국회의원처럼 임명해버리면 그만이지. 또 질의응답 내용을 사전에 모두 알려주고 하는 토론이 제대로 검증이 되겠는지 의문이다.

제18대 총선의 가장 큰 문제는 각 정당들이 후보공천을 늦추고 낙하산 계파 공천갈등으로 인한 탈당과 당적 변경, 정책실종, 공약 부실, 갑작스런 후보 등장으로 인한 후보검증 불가 등 유권자들의 혼란이 그 어느 선거보다 극심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TV토론회는 유권자로 하여금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정책과 공약을 한자리에서 검증하고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주인인 유권자의 검증을 회피하려는 얄팍한 수에 지나지 않는다. 선량이 되고자 하는 자의 도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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