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복권의 남용은 단절돼야
사면, 복권의 남용은 단절돼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3.12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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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 신 모 <청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당시 정성진 법무부장관은 지난해 12월31일 단행된 노무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빚 갚기 사면"이라고 말해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민주주의의 선진정치를 해야 한다고 그토록 외치던 정치지도자들이 정치흥정으로 측근들의 범죄를 면제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말에 참으로 기(氣)가 막힌다. 그것도 사면을 주도했던 주무장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것을 보면, 관련 당사자들이 아무리 변명을 해도 이 말은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지난해 말 사면, 복권에는 DJ의 측근인사인 신건·임동원 전 국정원장,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한화갑 전 민주당대표 등이 대거 포함됐다. 또한 청와대는 2002년 대선 때 병풍(兵風)사건의 주역인 김대엽도 사면대상에 포함하려 했다가 법무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정 장관은 노무현 정권은 8회에 걸쳐 4만2000명을 특별사면했고, 김영삼 정부는 9회에 4만5000명, 김대중 정부는 8회에 7만7000명의 특별사면을 단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마다 정치관련 범죄자들은 중죄임에도 불구하고 사면, 복권되어 다음 선거를 준비했고 계속해서 정치활동을 해오고 있다.

정치선진국인 미국에서도 특별사면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남용되는 일은 거의 없고 신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319명, 부시 대통령은 113명을 특별사면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특별사면은 권력자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여 단행되기 때문에 법치주의가 유린당하고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단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다.

18대 총선이 1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요즈음 각 정당에서는 총선에 나설 후보자 공천작업이 한창이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인 박재승 변호사이다. 70세의 노령임에도 꿋꿋하게 소신을 굽히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진 공천작업을 결행하고 있다. 여러가지 공천기준중 소신을 굽히지 않고 분명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금고 이상의 형 확정자에 대해 공천을 배제한다"는 결정이다.

이 기준에 의해 힘있는 많은 후보자들이 공천에서 배제되고 있고 이에 대해 당사자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공천 배제된 사람들의 반발이 심할수록 잘한 일이라는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비리, 부정 관련자의 일괄 공천배제 방침에 대해 약 70%의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저승사자, 고집불통, 꽉 막힌 사람 등으로 불리는 박 위원장의 공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로 인하여 물론 다른 요인도 있지만 통합민주당은 기사회생하고 있다. 어느 여론조사를 보면 5%포인트 이상 당 지지율이 올라갔고, 야당 견제론도 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에는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질렀어도 선거만 돌아오면 사면, 복권되어 정치활동을 하게 되고 잘 되면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입법활동 등 국정에 큰 역할을 하여 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일단은 공천작업에서 배제되었지만 무소속 출마나 당을 바꾸어 다른 당으로 출마할 수 있는 길은 트여 있다. 앞으로 법치주의를 유린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대통령의 사면, 복권은 단절돼야 한다. 대통령의 사면, 복권은 정당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정당한 법 절차에 의거, 신중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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