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 등 예술계의 비리를 척결하자
공예 등 예술계의 비리를 척결하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3.1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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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민예총 문화예술연구소 소장>

'나쁜 놈들!'이라는 대갈일성이 박처럼 깨진다. 밤늦은 시간, 중국산 고량주에 취한 그의 한탄이 굽이굽이 이어졌다. 화를 내는 정도가 지나치기에 모두들 고개만 끄덕일 뿐 사연을 묻지도 못했다. 모두 예술과 관계있는 사람들이었으므로 덩달아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런 그는 평소 고결한 인품과 훌륭한 예술로 정평이 있는 모 대학의 교수였다. 음악이 전공인 그는 음악도 그렇지만 특히 '대한민국미술대전'이 썩었다는 소식에 자기까지 수치스럽다면서 못 마시는 술을 세잔 연거푸 마신 다음 벌어진 일이다.

곁에서 '공예가 예술이냐'라고 재우쳐 묻는 분이 있었다. 그는 서예가였는데, 반어법(反語法)을 씀으로써 '공예를 예술로 인정하기 싫다'라고 강경하게 선언하고 있었다. 당연히 공예는 예술이다.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 때문에 더욱 친숙한 공예는 인류와 운명을 함께하고 있는 고전적인 예술이며 없어서는 안되는 유용한 장르이다. 공예는 쓸모를 바탕으로 출발한 예술로서 세상 온갖 것이 모두 공예와 관련이 있다. 최근 그런 공예가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벌어졌다. KBS와 몇몇 언론이 충북 공예계에 부정과 비리의 혐의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각종 사례를 적시한 것이다. 이것을 시청한 그 서예가는 공예를 아예 예술에서 제외시키고 싶다는 뜻으로 '공예가 예술이냐'라고 물었으므로 그것은 역설과 반어가 겹친 비난이었다.

그 다음이 더 놀라웠다. 가만히 듣고 있던 그 교수는 '서예 공모전이나 서예계가 더 썩지 않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물론 '당신과 같은 사람은 훌륭한 서예가로서 돈 문제 등 모든 점에서 깨끗하다'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공예를 비난하던 서예가 혹독하게 몰리는 형국이 되었다.

공예나 서예나 미술이나 모두 전시와 관계가 있고, 이들 분야는 종종 부정과 비리로 언론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어찌 전시예술만이겠는가 예술계가 진선미(眞善美)를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에 비해서 아름답고 깨끗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진선미를 추구한다고 하면서 내면적으로는 부정과 부패에 연루된 예술가가 적지 않고, 예술가가 구속되는 등의 비리가 간헐적으로 사건화되고 있다. 그는 그런 사례들을 적시하면서 서예계의 부패는 공예보다 더 심하다는 위험한 발화까지 했던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의 예술에 대해 논의하던 그는 '예술과 돈'의 관계를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 비유했다. 그러던 중 그는 갑자기 소리를 높여, 하지만 상당수의 예술가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과 부패로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대목에 와서는 식탁까지 탕하고 내리쳤다.

부패 예술가들은 돈을 받고 입상을 시켜주고, 부당한 돈을 받고 심사를 하고, 관청의 돈을 받아 행사를 하면서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나아가 돈을 받고 청탁을 들어주며 순위를 조작하는 한편 각종 부정부패를 자행하는 이런 자들은 예술가가 아니라 사기꾼이라는 놀라운 단어까지 쏟아내고야 말았다. 그런 자들은 예술을 빙자한 기술자(技術者)로서 자신들의 부패를 감추기 위하여 기자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거나 향응을 베풀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건전하고 깨끗한 예술가가 더 많겠지만 그의 말처럼 공모전이나 경연대회를 하는 예술단체중 부정과 비리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원인이 어디 있을까 고래로부터 부정과 부패는 인류사의 오랜 주제이거니와 예술가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경제적으로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전적 유혹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예술가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그런 부패가 용서될 수는 없다. 부디 예술계는 자성을 하여 부정, 부패, 비리에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자기규율과 자기처벌의 용기를 가져야 한다면서, 그는 모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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