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형에게
민 형에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3.0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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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우선, 고맙다는 인사부터 드립니다. 직장생활을 그만둔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적잖은 금액의 회비를 매월 납부(CMS)해 주시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보내 주시는 회비를 소중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 민 형께서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고서는 시민단체에게 지원금을 많이 준다던데, 이젠 시민운동도 재미가 쏠쏠하겠지"라고 말했을 때, 깜짝 놀라서 좀 심하다 싶을 만큼 거칠게 항의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세상이 바뀐 탓인지, 요즘에는 다들 시민단체(NGO)라고 합니다. 심지어 관변단체조차도 시민단체라고 자처합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라고 해서 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일을 민간단체가 대행해야 할 경우라든지 단체의 특성에 따라 지원이 꼭 필요한 곳도 있겠지만 본래의 순수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지원을 받지 않습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참여연대만 하더라도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금은커녕 목적사업이나 연구용역 같은 것조차도 하지 않고, 오로지 회원들이 납부해 주시는 회비와 후원금 모금행사를 통해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민 형 같은 분이 그리 말씀하시니 퍽 서운합니다."

씩씩거리며 흥분해 있는 저에게, 민 형께서는 "좋은 곳에,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라면, 나랏돈이라고 못 받을 까닭이 없잖아"라고 반문했고, 이에 저는 "아무리 의도가 순수하더라도 지원을 받다보면 서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고, 문제가 벌어졌을 때 냉철하게 판단하여 잘잘못을 가리기가 쉽지 않은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사무처 상근활동가들에게 지급되는 월급을 생각하면 눈 딱 감고 손을 내밀고 싶지만, 결코 그럴 수는 없는 고통이 있습니다"라고 말했었죠.

그 후,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뜻밖에도 적잖은 회비를 보내주시니 새삼 용기가 솟아나는군요. 민 형께서 보여주신 따뜻한 배려에 용기를 얻어 이번에 다시 '회원 모시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회원 1000인 시대'를 열었고, 이제 다시 1500인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전국적으로는 물론 우리 고장에도 여러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참여연대 말고도 생태환경을 지키는 환경단체들, 소수 소외 약자를 위한 복지단체들, 외국인 노동자 권익을 위한 단체들, 여러 분야의 여성단체들, 예술 문화 종교 청년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단체가 따로 또 함께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재정이 빈약하다보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 처해 있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의 관심과 참여입니다.

시민의 참여에는 몇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민 형처럼 회비를 보내주시는 '소극적 참여'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고, 시민단체의 조직과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적극적 참여' 방식이 있으며,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중요한 사안에 동참하거나 지지를 보내주는 '관심 있는 참여' 방법도 있습니다. 어떤 성격의 시민단체를 선택하느냐, 어떤 형태의 참여를 할 것인지의 여부는 온전히 자기 자신이 스스로 정하는 것이지요.

어떤 이는 시민단체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다고 매도하기도 합니다만 그런 분일 수록 한 번 발을 들여놓아보면 시민운동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최근에도 한 원로분께서 적극적 참여를 시작하셨는데 가장 열심인 노익장의 모습을 봅니다.

민 형께서도 내내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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