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에서 깬 봄이 기재개를 켠다
겨울잠에서 깬 봄이 기재개를 켠다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03.05 2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칩의 의미와 세시 풍습
오늘은 개구리들이 놀라 튀어나온다는 경칩이다. 24절기 중 3번째 절기로 겨울철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며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다. 농경사회에서 농사의 각 기준점이 되고 있는 절기는 현대인들이 알고 인식하는 그 이상의 것이었다. 계첩이라고도 불리는 경칩은 놀랠 경(驚)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침(蟄)자를 사용하는데 어원에서도 '이 무렵 첫 번째 천둥이 치고 이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놀라 땅에서 나온다'는 옛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만물이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듯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 경칩. 그 의미와 세세풍습에 대해 살펴보았다.

개구리 울음소리로 한해 농사 풍년·흉년 가늠

보리싹점·약물마시기·장 담그기 등 전해 내려와

겨울에 묻힌 봄이 경칩을 전후로 기지개를 켠다. 따스한 햇살이 부채살로 번져나면 숨 죽인 채 겨울 고요를 보낸 생강나무가 몽우리를 부풀어올리며, 노란 봄을 준비하고 붉게 겨울을 보낸 달맞이도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시샘하는 바람을 견디기 위해 솜털 뽀송뽀송하게 달고 나온 버들강아지도, 흰 잔설을 품은 앉은부채도 시계는 봄을 향하고 있다. 경칩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개구리들도 움직임이 부산해진다. 살얼음이 남아있는 산자락 작은 웅덩이에는 성미 급한 산개구리가 일찌감치 생명을 키우며 봄을 부려놓았다.

둥근 알 무더기 속에 우물질로 감싼 작은알들이 자라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느린 걸음으로 두꺼비가 봄맞이 나온다. 걷는 폼세가 급할 것 없는 한량 같지만 본능적인 감각으로 산란을 위한 봄철 여행은 놓치지 않는다. 개구리에 비해 수명도 길고 복과 아들을 상징하고 있는 두꺼비는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연어의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영물로 여겨왔다.

단단한 겨울빗장이 생명의 소리로 풀어지면 농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분주해진다.

특히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날 무렵이면 농촌에서는 담배모를 심고, 과일밭을 가꾸며 농기구를 손질하고, 식물의 싹을 보호하며, 어린 동물을 기르며 보살폈다. 이렇듯 봄의 약동하는 경칩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농사를 본으로 삼았던 조선시대 왕실에서 '경칩이후 갓 나온 벌레나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을 놓지 말라'는 명을 내릴 만큼 옛 사람들은 생명의 자람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알 수 있다.

◇ 경칩에 얽힌 세시풍속

△ 개구리 울음점

경침무렵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 울음 소리를 듣게 되는 상황에 따라 한 해를 점쳐보는 풍속이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서서들으면 그해 일이 많아서 바쁘고 누워서 들으면 편안하게 농사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또 개구리 소리를 앞에서 들으면 일년 내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뒤에서 들으면 일년 내내 배고프다고 믿었다. 이는 긴 휴식기를 지나고 농부들도 부지런히 일을 해야한다는 속뜻을 담은 것으로 한해의 일의 많고 적음에 따라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점친 것으로 보인다.

△ 약물마시기

나무 수액을 먹는 풍속으로 주로 고로쇠나무 수액을 약물로 마셨다. 이 물은 경칩을 전후해서 약 10일동안 나오는데 나무 밑동에 상처를 내고 여기서 나오는 수액을 마시면 몸에 병이 생기지 않고 더위와 뼈에 좋다고해 무병장수한다고 믿었다. 고지대에서 자라는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한다.

△ 보리싹점

보리싹의 성장 상태를 보아 한 해 농사를 점치는 것으로 대개 경칩에 보리싹점을 친다. 보리의 싹이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고 생기 있게 잘 자라고 있으면 그해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이는 한 해 농사를 시작하면서 그 해의 풍흉을 가늠해보고자 하는 농심이라 할 수 있다.

△ 장 담그기

경칩을 전후로 장을 담근다. 농부의 1년 농사처럼 아녀자들의 장 담그는 일은 가정의 1년 농사라 할 수 있다. 장맛의 비결이 가문마다 전해질 정도로 훌륭한 장맛의 비결은 정성을 최고로 하고 있다. 여기에 고추의 붉은색은 악귀를 쫓기 위해, 참숯은 살균작용으로 꼭 넣었다. 절기에 맞는 구수한 된장맛은 한국의 전통음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 개구리에 얽힌 속담

개구리와 사람과의 친밀도를 속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속담에 가난하고 보잘 것없는 사람이 지난 과거를 잊고 잘난 체 할 때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보는 안목이 좁은 사람을 가르켜 '우물 안 개구리', 건망증이 심할 경우 '개구리 정신', 말 안듣고 딴지거는 사람을 일컬어 '청개구리'라고 부른다. 또 '개구리가 울면 비온다'란 속담은 경험과 개구리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