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인수(我田引水)
아전인수(我田引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2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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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 수 한 <행동하는복지연합 공동대표·신부>

제 17대 이명박 대통령의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2008년을 선진화 원년으로 선포하고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자고 호소했다.

필자 역시 한 사람의 국민으로 새 대통령이 주어진 5년의 임기 동안 국정을 잘 이끌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게 되길 바란다.

하지만 대통령인수위원회의 활동과정부터 정부의 조각과정까지를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사자성어는 아전인수였다. 이 말은 자기 밭(논)에 물대기라는 뜻으로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리라.

사실 인간이라면 자기에게 유리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나만이 아니라 상대도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공명정대하려면 같은 잣대를 가지고 잘잘못을 재야만 한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의 386으로 대변되는 코드인사에 대해 무수한 비판을 했다. 그러나 새 정부에서 발표한 청와대 수석이나 각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과거의 그 어느 정부보다도 치우친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속된 말로 '고소영 에스라인'에 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지역, 서울시청 출신이라야 입각할 수 있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이는 마음이 통하는 코드인사를 넘어서는 정실인사가 아니겠는가

지난 정부에서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의혹, 자신이나 자녀의 병역의혹, 논문 표절시비 등으로 장관, 아니 국무총리까지도 문턱에서 낙마한 예가 한 둘이 아니다.

새 정부에서는 이런 의혹들에 대해 너무나도 관대하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는 위장전입도 그럴 수 있는 일이고, 과다한 부동산 소유도 선대로부터 물려받았다거나 땅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변명으로 은근 슬쩍 넘어가려 한다.

여론을 무시한 고집스런 정책 추진 또한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는 진보성향의 운동권 기질로 여론을 무시한 채 막말과 밀어붙이기식의 정책수행으로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라크 파병이라든가 한·미 FTA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진보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정책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분배위주의 진보적인 정책을 펼친 것이 아니라 성장위주의 보수적인 정책을 펼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책마다 좌파, 친북, 반미, 운동권, 386 등의 수식어가 뒤따르며 수많은 비판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국민의 의견수렴이나 검증없이 영어 몰입교육, 한반도 대운하 등과 같은 정책을 밀어부치려고만 한다.

요즘 '참아주세요'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모 가수의 놀부 심보라는 노래 가사를 떠올려 본다.

'내가 사랑을 하면 로맨스고 남이 사랑을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침묵하면 로댕의 고독이요 남이 침묵하면 영구의 고독이며, 내가 자리를 비우면 바쁜 만큼 유능한 것이고 남이 자리를 비우면 또 어디서 노는 거고, 내가 화를 내면 그만큼 소신이 뚜렷한 것이고 남이 화를 내면 원래 그릇이 작은 거고, 내가 통화중이면 업무상 긴급한 것이고 남이 통화중이면 사적인 일이 너무 많은 거고, 내가 아프면 아픈 만큼 쉬어야 하고 남이 아프면 기본적인 체력마저 의심스러운 것이고, 내가 회의중이면 남은 잠깐 기다려야 하고 남이 회의중이면 나는 잠깐 만나야 되고, 내가 약속을 어기면 사람이 그럴 수도 있는 거고 남이 약속을 어기면 사람이 그럴 수는 없는 것이고.' 뭐, 대충 이런 내용이다.

지나간 정부를 두둔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잘 한 부분은 칭찬받아야 하고 실정에 대해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 정부 역시 예외없이 지난 정부를 비판했던 그 잣대로 스스로를 잴 수 있어야 한다. 아전인수나 놀부 심보가 아닌 새 정부의 올바른 정책 방향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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