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기기 안전기준 '업계 맘대로'
휴대기기 안전기준 '업계 맘대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2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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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사항 마련되지 않은채 자율적 인증
최근 노트북PC와 휴대폰 등의 잇단 배터리 사고로 리튬2차전지를 사용하는 소형 디지털 기기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휴대용 디지털 기기의 리튬2차전지 안전기준에 관한 강제 사항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기술표준원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리튬2차전지에 대한 안전기준은국제전기표준회의(IEC)의 의견을 반영한 KS인증에 의거해 업계 자율에 맡겨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과 노트북, 내비게이션 등의 해외 수출 물량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현재의 업계의 배터리 안전기준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최근의 잇단 배터리 사고로 리튬2차전지 안전기준에 대한 더욱 강화된 기준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은 기술표준원에 차량 내비게이션용 리튬2차전지 안전기준 마련을 건의한 바 있다.

특히 내비게이션은 다른 휴대용 디지털 기기에 비해 배터리 사고 위험이 높아 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내비게이션은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접수한 리튬2차전지 사고 중 휴대폰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사고 횟수를 기록했다.

소비자원 소비자안전본부 신국범 차장은 "내비게이션은 차량 앞 유리에 부착되는데 한여름에는 차량 내 온도가 섭씨 90도까지 치솟는다"며 "대부분의 내비게이션 제조업체는 상용온도를 60도 이하로 정하고 있지만 여름철 차량 내 온도를 생각할 때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비자원에 접수된 내비게이션 배터리의 첫 번째 사고 사례 역시 지난 2006년 8월 여름에 접수됐다. 폭염으로 인해 운행중인 차량의 배터리가 녹아내린 것.

관련 업계 역시 배터리 사고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 한 내비게이션 업체 관계자는 "현재 자사에서 출시된 내비게이션 제품의 상용온도는 -10∼60도이지만 한여름의 경우 과열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생산공정에서 온도변화에 따른 안전 여부를 자체적으로 시험하지만 업계 자율적인 인증과정은 기온 변화에 따라 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업체는 해마다 5월부터 9월까지 내비게이션 전원을 켤 때 초기화면에 충전이 끝나면 잭을 빼 놓을 것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하지 말 것 등의 주의사항을 공지하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한 자체적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잇단 배터리 사고로 기술표준원 역시 강화된 배터리 안전기준을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술표준원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리튬2차전지 안전기준 마련을 위해 세차례에 걸쳐 관련 회의를 진행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기술표준원 생활용품안전팀 유동주 팀장은 "지난해 11월 당진에서 일어난 휴대폰 사고는 자작극으로 밝혀졌지만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성을 환기시킨 사건"이라며 "최근의 잇단 노트북 배터리 사고 이전부터 새로운 리튬2차전지 안전기준 마련에 착수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잇단 사고로 인해 기술표준원에서 관리하지 않고 있던 제품인 리튬2차전지에 대한 강제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제적 동향을 참조해 강화된 안전기준을 내 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관련 사고만 38건이 넘는 등 리튬2차전지 관련사고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지난해 말에야 관련 강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임을 시작한 것은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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