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대통령, 심대평 대통령에게
정우택 대통령, 심대평 대통령에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2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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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덕 현 <편집국장>

앞으로 10년 후를 가상해 봤다. 두 사람이 틈만 나면, 혹은 갑자기 의기가 뻗칠 때마다 중부권 대권론을 들먹였기 때문에 아마도 10년 후 쯤엔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쓸지도 모른다.

고급 음식점에서 꼬리곰탕을 먹으며 특검을 맞이할 정도로 차기 정권의 '살아있는 권력'이 꿈틀거리는 판에 무슨 풀뜯어먹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최근 며칠 동안 말 그대로 배알이 꼴리는 경우를 당하고 나니 솔직히 오기만 잔뜩 난다. 자괴감 때문이다.

이번에는 혹시나 했더니 여지없이 역시나가 됐다. 차기 정부의 청와대 명부에 충북인은 하나도 없고, 그래서 조각까지 지켜 봤지만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한 사람만이 달랑 올랐다며 여전히 볼멘소리다. 충북의 고질병이 또 도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이명박 당선인의 충북 홀대라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충북에 있다.

이 당선인이 아무리 인심쓰려 해도 옆에 사람이 안 보이면 재간이 없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충북의 그늘이 사라진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고작 3%의 지분을 가지고 총리(이원종)를 원하고 경제부총리(윤진식)를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이것이 안 받아들여지니까 홀대라고 앙탈부리다가 그도 안 먹히자 이젠 응석까지 부린다.

안쓰러운 자화상이다. 항상 이런 식이다. 하찮은 집안에서도 제 역할은 못하면서 응석만 부리면 못난 놈이 된다. 투정부리기에 앞서 3%를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을 키우고 끗발있는 정치인을 기르고 지역의 근성부터 다졌어야 한다.

저쪽 동네라고 별 수 없다. 충남의 아이콘이 졸지에 이회창이 됐다. 어차피 정치에선 연대, 흔한 말로 합종연횡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안방까지 내 줘서야 되겠는가. 나는 이회창이 왜 충청의 맹주로 대접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회창은 영남의 양자가 될지언정 충청의 적자는 결코 아니다. 그에게 청주 출마를 권하는 대목에선 아예 할말을 잊게 된다. 지역의 색깔, 아니 자존심이 이런 식이라면 심대평과 정우택의 중부권 대권론은 결국 허상 밖에 안된다. 앞으로도 계속 영·호남의 들러리만 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박탈감 속에서도 그나마 두가지 희망적인 조짐이 있어 위안이 된다. 충북의 통합민주당 현역의원 8명이 아직까지 한명도 탈당하지 않았으며, 이른바 박근혜계 인사들이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뭉쳐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충북에 있어 아주 대단한, 새로운 정치적 현상이다. 관례()라면 당연히 안전한 당선을 위해 뛰쳐 나갔거나 새로운 주군에 줄을 섰을텐데도 말이다.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두고 봐라, 만약 8명의 의원중 단 1명이 당선된다고 해도 그는 18대 국회에서 나머지 7명의 몫을 다할 정도로 목소리를 낼 것이다. 정치력은 이런 투쟁으로 얻어진다.

심대평, 정우택의 중부권 대권론에 한가지 고언(苦言)을 달고 싶다. 더 이상 이를 말로써 안들었으면 한다. 앞으로는 행동으로만 보여주길 바란다. 시기가 됐을 때 처절하게 싸우고 부딪히다가 비로소 그 뜻이 제대로 서면 입을 열라는 것이다. 바보 노무현도 인권 변호사로, 노동운동가로, 재야투사로 싸우다가 그것도 부족해 구속까지(87년 대우조선사건) 당했으면서도 선거만 되면 피하지 않고 김대중의 깃발을 들고 부산에서 전투를 벌였다. 비록 번번이 무너졌지만 사람들은 이를 지켜보며 비로소 그를 대통령감으로 인정한 것이다.

조직에서 말 한마디면 만사가 형통하는 만인지상의 자치단체장과, 한눈 파는 순간 승냥이들(!)의 밥이 되는 정치인은 차원부터 다르다. 이는 자치단체장의 최극점까지 올랐던 인물들이었지만 지금은 정치적 낭인 내지 권력의 주변인에 머무는 김혁규, 심대평, 김두관의 학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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