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특별법 제정을"… 주민들 거리로
"태안특별법 제정을"… 주민들 거리로
  • 이수홍 기자
  • 승인 2008.01.21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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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명 참여 대규모 집회… 50대 1명 분신
태안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피해 특별법제정을 촉구하고 선 보상 등 생계대책에 미온적인 정부와 사고 주범 삼성중공업을 규탄하는 대규모 첫 규탄 집회가 열렸다.

태안유류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김진권)는 지난 18일 오후 1시 태안읍 남문리 신터미널 뒤 동남 택지개발지구 공터와 도로변에서 주민 1만여명은 "우리들의 생명줄인 태안 바다가 다 죽었다"며 "사고 주범 삼성중공업과 초동대처를 잘못해 피해를 키운 정부는 태안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라"고 맹렬히 규탄했다. 집행부는 삭발하며, 투쟁의지를 만천하에 알렸다.

특히 사고 주범인 삼성중공업은 이번 태안 기름사고에 대한 완전한 보상과 복구를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또 국회와 정부는 태안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규탄대회 주변은 생계가 막막해진 주민들의 처지를 알리는 구호가 적힌 수천개의 피켓과 현수막 걸개가 걸려 태안 군민들의 끓어오르는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피해어민 살길은 특별법 제정만이 살길이다', '황금어장 망친주범은 삼성과 정부다', '사람죽인 삼성그룹 참회하고 배상하라', '언론탄압 떠들지 말고 언론은 삼성을 응징하라', '삼성 경호대 서산검찰 자폭하라', '검찰은 정부과실 조사하여 안전불신 해소하라' 등 구호가 행사장 전체를 뒤덮었다.

김진권 위원장은 "우리가 사랑하는 바다는 죽었다, 평생 우리의 삶을 유지해 주던 우리의 바다는 죽었다"며 "우리의 희망이고 생명줄인 태안 바다는 숨이 끊어져 관광업에 이르기까지 동반으로 다 죽었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엄청난 사고에도 정부 등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주체가 없고 가해자인 삼성은 살기 힘들어 목숨을 끊는 주민들이 나타나는데도 지금까지 사과한마디 없다"며 "7만 태안 군민을 비롯해 서해안 피해어민들은 죽음도 불사하고 싸워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민주노동당 심상정 국회의원은 "정부의 책임있는 보상을 촉구하고 태안 특별법이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사장 주변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0개 중대 1000여명의 정 사복 경찰과 질서유지를 위한 태안지역 자율방범대원 200여명이 투입됐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 연설 도중 50대 주민이 단상으로 뛰어올라 농약을 마신상태로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 자살, 사고가 발생했으나 경찰은 이를 막지 못했다.

주민들은 기름 피해로 폐사한 굴밭 굴 등 지역 어패류를 모형 삼성중공업과 정부청사에 집어던지고 허베이스피리트 유조선과 삼성중공업 크레인선이 충돌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주민들은 3시간 가량 규탄대회를 마친 후 자진 해산했다.

태안유류피해대책위원회는 오는 23일 상경, 민주노동당과 연대해 국회와 삼성중공업 본사앞에서 삼성의 무한책임과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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