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 잔잔한 서정의 기록으로
고단한 삶 잔잔한 서정의 기록으로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01.11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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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 첫 시집 '볕 좋은 날' 출판
안동댐 민속촌 내
까치구멍집이 물을 내려다보고 있다
새 짚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낯선 발자국 소리에
까치구멍을 비우고 외출했던 바람이
급히 돌아와 문고리를 움켜쥔다
아직 지붕 위로 오르지 못한 이엉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마당에 웅크리고 있다
덥석거리며 한바탕 사람들이 휘젓고 지나간 까치구멍집
비스듬히 열린 삽짝으로
나는 고개 먼저 내밀며 들어선다
-'12월, 청포도 향기' 중에서

고단한 삶의 현장을 따스한 눈길로 낚아올린 심재숙 시인의 시집 '볕 좋은 날'이 출간됐다.

심재숙 시인의 첫 시집으로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시간의 흐름과 인식의 깊이로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4부로 구성된 60편의 시는 작위적 설정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바탕으로 순간순간 포착된 인식을 시어로 그려내며 독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일상을 근간으로 한 시편에 대해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볕 좋은 날은 구체적인 생활적 실감과 정서의 투명성을 간직하고 있는 잔잔한 서정의 기록으로 세상에서 빛을 다하고 낡아 가는 풍경을 가장 절절한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면서 "시인의 시선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애를 향하며, 우주적 생성과 소멸의 흔적이 선명한 개별성을 가지며 시간의 깊이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했다.

7년 만에 첫 시집을 출간한 심 시인은 "바쁘게 서두른 감도 있지만 시인으로의 첫 출발이라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며 "시 작업에 있어 새로운 마음 가짐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시인은 또 "이번 시집은 어머니의 사랑을 근간으로 따뜻함이 묻어나는 정서를 표현했다"고 말하고 "사물을 바라 볼 때 남다른 시각으로 건져올린 일상을 시로 쓰고나면 통쾌하기도 행복하기도 하다"며 창작의 기쁨이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시인의 말처럼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연민에서 출발하고 있는 정서는 평범한 일상과 고단한 사람에게로 향하며 따스하게 전해진다.

논술과 스피치, 리더쉽 강사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은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경험들이 글 쓰는데 큰 힘이 되기도 한다"며 "게으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내 시로 건져 올리는 시인이 되겠다" 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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