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
아름다운 이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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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이 영 창 <수필가>

세상살이란, 만남과 이별이 얽혀지는 연속과정이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수많은 친구들과 만났고, 졸업을 하면서 그 많은 친구들과 이별을 했다. 그 이외의 학창시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직장을 얻으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남의 인연을 맺었고 퇴직하며 직장을 나오면서 그들과 이별했다. 그 외에도 개개인간의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은 이영창이란 한 인간의 삶을 만들어 왔다. 앞으로도 이변이 없는 한 크고 작은 만남과 이별은 있을 것이며, 그 중에 피할 수 없는 이별 하나가 꼭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삼가 프로복서 최요삼의 가는 길에 마음속의 기도와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그 길은 슬픈 길, 세상 사람들이 자유자재로 살아가던 세상과의 이별이기 때문이다. 그 이별의 길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만, 세상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내가 살던 세상으로부터 아름답게 떠날 수 있을까.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나 생각해 본다.

얼마 전, 프로복서 최요삼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세상에 바치고 팬들의 곁을 떠났다. '과연, 프로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돈이다. 돈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도구다. 그 누구도 삶의 도구인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살지 않는 사람이 없다.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이것(권투) 뿐이다. 그리고 나는 권투를 사랑한다' 최요삼의 말이다. 그는 이것뿐인 삶을 위하여 살기 위해서 싸웠다. 세상 어디를 보나 모두가 그럴듯한 싸움판이기 때문이다. 그는 목숨 걸고 싸워서 챔피언이 됐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고 도전자들과 싸워서 이겼다. 그러나 2007년 성탄절, 인도네시아의 선수 헤리 아몰과의 WBO 플라이급 타이틀 1차 방어전을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가 9일간의 사투 끝에 인생의 막을 내렸다. 지난 1월3일 새벽 0시 1분, 35세를 일기로 이세상과 법적 이별을 고한 것이다. 과연 스포츠란 무엇인가. 신체 단련이나 경쟁, 유희 등을 포함한 신체운동 모두를 말한다. 학계에선 체육(스포츠)을 예술로 분류했기에 사람들은 부담 없이 즐기며 바라본다. 운동경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생명을 걸고 혼신에 노력을 다 하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예술로 분류된 각종 운동경기로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한편, 권투는 일종의 조폭(조직폭력)으로 생각하는 사람마저 있다. 주먹으로 상대방을 이기지 못하면 살아 갈 수도 없고, 이기는 자만이 사는 것이 주먹 맨 이기 때문이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일어서 승리를 거둔 '영원한 프로복서' 최요삼.

링 위에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듯이 마지막 가는 길도 바로 그것이었다. 뇌사판정에 이어 지난 1월2일 밤 8시30분경부터 장기적출에 들어갔다. 4시간이 지난 후 세상을 슬픈 눈으로만 바라보던 9명의 말기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으로 간, 심장, 신장, 췌장, 각막 등이 전달되었고, 마지막 생명의 줄인 동맥이 절단되면서 의학적인 사망판단을 받았다. 그로서 최요삼의 생명은 그가 살아가던 세상과 '아름다운 이별'로 막을 내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아름다운 이별을.

이영창 수필가가 이번주부터 무심천 필진으로 글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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