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보수와 경제특별도
경제보수와 경제특별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2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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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 민교협 회장>

CNN은 신속하게 한국 대통령 선거를 보도했다. 선거 전부터 BBK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으리라고 관측했던 CNN이었다. CNN으로 말하면 미국 국적의 방송사이고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비난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신속성이나 정확성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리고 제3자적 시점을 견지하기 때문에 귀담아 들을 것도 있다. 이 방송은 김경준씨가 귀국할 때도 특별한 해석을 한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미군 장갑차 사건으로 반미 감정이 비등(沸騰)하여 그것이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는데 기여했다고 보고, 그런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미국 정부가 한국 대선에 일체의 중립을 지킨다는 증거를 보여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김경준의 한국행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만약 그렇다면 미국은 역설적인 의미에서 중립을 지킴으로써 개입을 한 셈이다. 분명한 것은 미행정부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장악하기를 희망했다는 점이다. 미행정부의 이런 기대는 이명박 당선자가 친미적 성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미국중심의 세계 단일시장을 주요한 목표로 두기 때문이다. 이 문맥에서 세계화가 미국중심의 특수한 세계화인가 아니면 지구화를 의미하는 보편적 세계화인가에 논란이 있다. 여하튼 미국은 한국이라는 공간을 통하여 동북아시아에서 경제 영토와 안보 영토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특히 중국, 일본,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화된 한국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이번 한국 대선이 상당히 중요했을 것이다.

국내적으로 보면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임과 동시에 경제보수와 안보보수의 대결이기도 했다. 이 회전(會戰)에서 경제보수가 안보보수에 승리했다. 그래서 다음 총선에서는 경제보수인 이명박 정권을 견제하기 위하여 안보보수가 야당의 주요 세력을 형성하리라는 진단도 있다. 안보보수가 충청도를 중심으로 할 것이라는 또 다른 예고도 있는데, 이것은 지역당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행정부를 장악한 이명박 경제보수, 경제안보를 견제하겠다는 이회창 안보보수, 통칭 여권과 민노당 등의 진보개혁이 솥발처럼 놓이는 삼각(三角) 정치지형도가 그려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대립 구도의 핵심 담론이 경제라는 점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경제우선주의를 표방했다. 이를 민감하게 반영하듯 이명박 후보의 당선 이후 부동산 가격의 상승 조짐이 나타났다. 당선자가 경제부흥을 이야기했으므로 많은 국민들은 경제가 좋아지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를 우선한다고 해도 경제가 좋아지는 것은 일시적이거나 부분적이다. 국가경제는 경제만으로 결정되는 단일체제가 아니고 문화, 교육, 국방, 외교, 생태환경 등에 의해서 결정되는 총체다. 지금 한국인들은 3만달러라는 미몽(迷夢)에 빠져 있다. 그런데 3만 달러가 경제만으로 달성되는가 아니다. 경제산업만으로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반면 문화와 생태환경 등을 통해서만이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정설이다. 이런 점에서 경제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영원한 중진국에 머물겠다는 선언일 수도 있다.

충청북도의 정우택 지사께서는 경제특별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와 일맥상통한다. 그간 많은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지사께서 기울인 노력에 찬사를 드린다. 또 시의적절성이나 의제선점력에서 볼 때 높은 정치경제적 식견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모든 노력에 대하여 상찬(賞讚)을 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정(道政)의 균형과 총체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북도청의 일관된 발화는, '도정 전체를 잘하면서 경제를 더욱 잘한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경제의 타자가 되어 버린 문화, 예술, 교육, 노동, 농민, 복지 소수자 영역에서 체감하는 억압과 불평등은 결코 작지 않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이제 충북의 시민들은 더욱 강력한 경제절대주의, 경제환원론, 경제우선원칙 등의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다. 아무쪼록 이명박 당선자와 정우택 지사께서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실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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