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달라졌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달라졌다
  • 김현정 기자
  • 승인 2007.11.26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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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넘도록 날카로운 질문공세 퍼부어
"밤 11시가 넘어도 돌려보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죽겠어요."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고가던 충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180도로 변했다.

지역구를 의식해 주요 현안만 훑기에 바빴던 도의회가 집행부의 허를 찌르는 송곳질문을 비롯해 밤 11시가 넘도록 쉴새없이 질문을 퍼붓는 초유의 사태()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포문을 연 것은 민경환 의원(제천2)이다.

산더미 같은 자료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도 산하 출연재단의 장비 구입가가 기종과 업체가 같은데도 천차만별로 차이나는 것을 확인한 후 질문공세를 퍼부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특정장비의 경우 최대 2배이상 차이가 나기도 해 업체로부터 직접 커미션을 챙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더욱이 (재)한국석회석신조재연구재단이 업체를 직접 불러 장비를 구입한 사실을 지적, 언변이 좋기로 소문난 정정순 경제투자본부장의 말문을 막았다.

민 의원이 지적한 장비업체 대표로부터 확인한 결과, 일부 기관에는 마진을 포기하고 두 대를 팔았지만 다른 기관에는 조달청을 통해 판매해 구입가가 두배나 차이날 수 있다고 해명해 법적 하자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치밀한 감사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장주식 의원(진천 1)은 복지여성국 감사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충북화랑청소년연맹'에 도비 800만원을 들여 청소년 우범지역을 방범·순찰토록 했으나 장 의원이 세부자료를 검토한 결과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장 의원은 명단에 등록된 방범대원 10명에 전화했으나 대부분 통화가 되지 않았고 도가 지급한 활동비 입금사실조차 모르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방범활동비 수령을 위해 사인을 하도록 했지만 필적이 다양하지 못하고 한두명에 의해 날조된 것으로 조사돼 경찰 못지 않은 날카로운 수사력()을 과시했다.

이와 함께 건설문화위원회는 밤 11시10분까지 도정질문을 퍼부어 집행부의 눈을 충혈시켰다.

이날 감사에는 도립미술관 건립이 도마위에 올라 35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의 밑그림조차 나와 있지 않는 안일한 행정과 관(官) 주도의 미술정책을 꼬집었다.

또한 소외계층과 농촌지역을 위한 '찾아가는 문화예술 공연'의 85%가 청주권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돼 도의 탁상행정이 난타당했다.

이밖에도 동네잔치 같은 지역 축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강도높은 주문과 청남대 명소화에 따른 재정낭비 우려가 제기됐다.

도 관계자는 "의정비가 올라서인지 도의원들의 행정사무감사 태도가 변했다"며 "맥빠진 국감보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열심히 하는 의원들은 나름대로 성의껏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했지만,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임하는 도의원들도 아직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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