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이야기
유류분 이야기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4.05.0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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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한 스님이 불가로 귀의한 뜻을 펼치고자 30년 전 작은 터의 조그만 법당에서 시작한 것이 이제 사찰의 형태를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부처님에게 간절히 기도하여 제자 스님을 얻었는데 암을 진단받고 3년 전 입적하였습니다. 청정도량의 모습을 갖추자 바로 그리된 것입니다. 1년 전 부처님오신날 즈음에 무슨 조화인지 법원으로부터 사찰로 소장이 날라들었습니다.

망인의 속가 형제들 중 일부가 유류분반환청구의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망인께서 생전에 일구신 사찰을 위해 증여한 부동산으로 인해 자신의 상속분이 침해당했다는 것입니다. 유류분(遺留分)은 사망한 사람의 상속재산에 기대하고 있는 가족이 피상속인 의 처분으로 생전 재산을 받은 가족으로 인하여 자신의 상속분 중에서도 민법으로 보장된 1/2 또는 1/3의 지분이 침해당하였음을 이유로 재산을 더 많이 받은 가족을 상대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몫을 뜻합니다.

원칙적으로 상속분을 1/n으로 하되 상속인이 배우자와 자녀들일 때는, 배우자에게 절반을 가산하는데(배우자 1.5, 자녀 1), 이 상속분에서도 1/2이 유류분이 됩니다. 상속인으로 배우자와 자녀가 없을 때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가 있다면 상속분은 1/n이 되고 상속분 중에 1/3이 유류분이 됩니다. 즉, 민법이 상속인들의 생존에 대한 기대권에 따라 보장한 유류분은 망인이 생전에 재산을 처분할 자유를 제한하면서 생존한 가족의 법적인 기대권이 되기 때문에, 상속인들이 불로소득인 상속재산으로 분쟁이 생겨 가족을 해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어 사회적으로도 사법적으로도 제도의 손질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 유류분반환청구의 소송이 제기되는 시점인 1년 전, 헌법재판소는 마침 전국에 계속 중인 유류분사건 일부들을 병합하여 민법상 유류분이 피상속인의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위헌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는 사건은 원칙적으로 서면주의라서 공개변론은 거의 하지 않는데 공개변론을 열었다는 것은 그만큼 헌법위반의 판단이 가능한 여건이 성숙되어 최종판단에 앞서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입니다. 헌법위반이 된 간통죄, 공개변론을 열었으나 합헌판단을 받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등 사회적으로 크게 환기될 사안 모두가 그 예입니다.

필자는 작년 7월 기고문 `일상 속의 헌법이야기'를 통해, 법무부 역시 가장 후순위의 상속권자인 형제자매를 유류분권자에서 제외하는 민법 개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바 있고 직계가족은 몰라도 재산형성에 기여한 바 없는 형제자매만큼은 위헌의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4월 25일 유류분제도의 입법목적은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민법 조항이 결국 단순위헌으로 결정되어 즉시 효력을 상실하였고 상속처럼 결격사유를 두지 않은 것(연예인 구하라가 사망하면서 일찍 양육을 포기했던 모친이 상속인과 유류분권자가 됨)과 또 상속처럼 특별부양자의 기여분을 유류분에 적용하지 않는 것도 헌법에 위반되나 내년 말까지 한정적으로 효력을 유지하면서 법 개정의 의무를 부과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사찰에 소송이 제기되고 민법이 보장한 유류분으로 인해 열심히 싸워도 100% 방어가 어려운 구조였는데, 필자가 상식이라고 생각한 독자적인 법리로 1년을 버틴 덕인지 재판이 마무리되어가는 즈음에 형제의 유류분이 위헌으로 판단되면서 소송취하서가 제출되었습니다. 불로소득을 기대하는 법만능주의가 저지된 것입니다.

스님과 신도들은 지난 1년 내내 근심이 가득했던 터인데, 부처님의 가피를 입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또 선대가 계신 국사봉에 사찰이 안긴 덕분에 이 후손이 조상님의 가피도 입은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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