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근 자른 남편은 애 낳은 죄 한탄하네
양근 자른 남편은 애 낳은 죄 한탄하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1.2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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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윤 승 범<시인>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뒤 우리 민족은 외세의 영향으로 인하여 친일파를 단죄하지 못했다.

광복 이후에도 과거 일제를 위해 일하던 친일파들이 그대로 존립했고, 사회의 권력층으로 군림했다. 여기에 정권을 잡기 위한 정치가들의 술수도 한몫하여 우리의 친일파 청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힘없는 국민들은 물로 보이고, 봉으로 치부되고, 호구가 됐다. 그 역사는 계속 이어져 왔다. 잘못 끼운 첫 단추의 뼈아픈 상처였다.

호구의 틀은 깨지지 않았다. 광복을 찾은 지 60년이 넘었다. 너도나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그 중에는 전과를 가진 사람도 있다.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사람도 있다. 갖은 비리 때문에 낙마했던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당당히 나서면서 자기가 가장 적합한 대통령 후보임을 내세우고 있고 그들을 밀어주는 지지자가 적지않게 있기에 그들은 다시 활개를 친다.

아마 그들 중 누군가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더 이상의 대안을 가진 능력자가 없으니, 고만고만한 벌레 먹은 도토리 중에서 누군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당당히 설 것이다. 국민이 나에게 면죄부를 줬으니 나는 이제 깨끗하다고. 그리고 다시 임기가 끝난 후 갖은 비리가 드러나면 또 구차한 변명이 구구할 것이다. 안 봐도 뻔한 결말이다. 그러기에 나라가 세워진지 70여년이 지났어도 국민에게 존경 받는 대통령이 없었던 것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대안이 없다. 잘못 끼운 첫 단추가 세월이 지나면서 바로 채워지지 않고 더 간극을 멀게 할 뿐이다. 역사라는 강물을 개인이 바로 잡기 힘든 법이다. 도도한 강물은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은 때로 열병처럼, 홍수처럼 범람하여야 바꾸어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쉽게 주저 앉아서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있다. 내게 관계된 일이 아니라면 강 건너 불구경이고 처삼촌 벌초보다도 건성이다. 이렇게 막막한 글을 쓰는 것도 대안이 없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를 살았던 다산 정약용의 시이다.

시아버지 이미 죽고 아이 갓 낳았는데

조손 삼대의 이름을 군적에 올리다니

호소코자 하여도 문지기 범같이 서 있고

이장은 포효하여 소마저 끌고 갔다네.

칼 갈아 방에 들어간 뒤 피가 낭자하니

양근 자른 남편은 애 낳은 죄 한탄하네.

- 정약용의 '애절양(哀絶陽)'-

혹독한 군포 세금에 살기가 어려워 관가에 호소하려 하나 관에서는 들어 주지를 않는다.

그러자 자식을 낳은 자기의 양물을 자라 버린다는 처참하고 처연한 내용의 시이다. 어찌 그 애절함이 조선시대에 국한될까. 돌파구를 찾고 대안을 찾아도 해답이 없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도 백성의 근심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나라의 대표만 바뀌었을 뿐 애절함을 풀어 줄 계기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억울함에 자기의 양물을 자르는 행위는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그러나 너도 나도 그 고통의 힘을 하나로 내몬다면 자기의 양물을 자르는 행위가 아니라 이 시대의 환부를 도려내는 거대한 강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제 몸에 긋는 칼을 밖으로 돌려 저 썩은 환부를 도려 낼 시기는 아직 멀은 걸까 아님 이제 늦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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