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식객'과 영화 '식객'
만화 '식객'과 영화 '식객'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1.0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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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원작인 만화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요즘 흥행중인 허영만 원작의 '식객'과 '타짜', '비트'를 비롯해 '공포의 외인구단(이현세)', '발바리의 추억(강철수)', '신의 아들(박봉성)', '비천무(김혜리)', '바람의 파이터(방학기)' 등은 한국만화가 한국영화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반면에 영화로 크게 성공한 '올드보이'와 '미녀는 괴로워' 등은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만화(Manhwa)'는 '코믹(Comic)'이라는 미국식 명칭과 함께 이미 세계적 보통명사가 돼 버린 일본의 '망가(Manga)'와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대접받고 있다.

한국만화의 브랜드화는 만화 관련 행사 가운데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이 미국의 코믹과 일본의 망가에 이어 지난 2003년 세 번째로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대한데서 비롯된다.

당시 우리는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일본의 '망가'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은 대신 '만화'로 정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 도전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권 관련 사이트에 '만화'라는 용어를 등장시키는 등 세계인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만화원작이 영화화로 선호되는 우선적 이유는 두 가지 장르가 각각 그림을 전제로 하는 공통점에서 찾을 수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2차원의 정지공간에 머무는 만화를 소위 예술적 긴장감을 부여하는 함축과 절제를 통한 흐름의 영상으로 만듦으로써 새로운 창작정신을 발휘한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본격적인 융합과 통섭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과학적 기술력이 컴퓨터 그래픽 (CG)등의 방법을 통해 경계를 넘나들며 영화 등 문화콘텐츠의 장르에 십분 활용되면서 그 위력이 더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로 만들어진 만화 '식객'은 어딘가 허전하다.

음식을 주제로 하는 문화적 트렌드는 굳이 '대장금'과 일본만화 '초밥왕', '신의 물방울'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소위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하면서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공급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셈이다.

만화는 이미 부모님의 눈치를 살피며 다락방에서 몰래봐야 했던 기성세대의 추억의 대상에 머물고 있지 않다.

눈만 뜨면 TV를 켜는 세태에 따라 영상으로 태교를 하는 새로운 세대에게 만화가 효과적인 지식정보의 수단이 되고 있음은 출판계에서의 학습만화가 차지하는 비중만으로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육개장으로 민중과 전통을 이야기하고자하는 영화 '식객'의 희망은 가상하다.

그러나 혹시 그 속에는 소위 '우리 것'의 지나친 고수나 치기어린 애국심을 바탕으로 하는 마케팅의 욕심이 자라고 있는 건 아닌지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된장으로만 된장찌개를 끓일 수 없듯이 문화적 상상력도 세계를 넘나들어야 하며 우리 안으로만 파고들면 고립되기 십상이다.

만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은 무궁무진한 상상력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영화의 능력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창의성과 과학기술의 만남이라는 통섭의 개념을 통해 진화할 때 가치가 배가된다.

된장찌개도 매일 먹으면 질린다. 하물며 재수, 삼수가 거듭되는 정치권의 파동이 과연 얼마나 미래지향적일 것인가 궁금하다.

진리는 국민의 선택에 있으며, 국민은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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