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돈
사람과 돈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4.03.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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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1973년 8월12일 오전 4시43분쯤 충북도 영동군 영동역에서 유조차등 차량 32량을 달고 경상남도 장생포를 떠나 서울로 가던 화물열차가 탈선, 전복되면서 기름탱크 20개가 폭발하여 철로주변 민가 45가구를 덮쳐 잠든 주민 34명이 사망, 8명이 실종되고 12명이 부상을 당하는 큰 사고가 있었다.

이날 사고는 열차 기관사가 영동역에 들어오면서 시속 80km로 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잡는 부주의로 일어났다. 그 당시 아비규환의 소용돌이에서 돈보따리만 챙겼던 집은 귀한 아들을 잃었고, 다른 한 집은 아들 셋을 우선으로 불구덩이속을 빠져나오느라고 집에 있던 돈 모두를 잃었다. 불길가운데에서 곤하게 잠든 아들 둘을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 갓난아기는 기저귀로 둘둘 말아 입으로 물고 나온 그 집은 다행스럽게도 온 가족이 무사했다.

아닌 밤중의 새벽시간에 닥친 위급한 상황에서 아들과 돈을 서로 다르게 택한 집의 그후 사연은 판이하게 다르다.

돈을 먼저로 한 집은 그 돈으로 한동안 어렵지 않게 살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흘러가면서 불속에서 자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정신이상이 된 아내가 많지 않은 나이에 저세상으로 가자, 술과 고민에 휩싸인 남편도 나날이 악화되어가는 병마에 시달리며 넋나간 사람처럼 살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불길속에서 나온 부부는 어린 세아들과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여 폐허의 더미에 앉아 한숨마저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굶는걸 밥먹듯 하면서 살던 어느날부터 부부는 손에 잡히는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일하면서 자라나는 자식 바라보는 즐거움으로 애쓴 나머지 그런대로 삶의 가난에서 조금씩이나마 벗어나기 시작했다.

더불어 세아들도 어엿한 청년으로 거듭나자 집안에 차츰 웃음꽃이 피어나기도 했으니, 이래서 세상은 죽지만 않으면 사는 것이 최고라고 하는 것 같았다.

사람이 태어나서 긴긴 세월을 사는 동안 고생하지 않고 평안하게 살 수만 있다면 무슨 걱정일까 싶다. 돈 잘버는 자식덕에 풍족하게 살던 집이 별안간 가세가 기울어 어려움에 젖어들고 궁핍한 처지에 놓이기도 하지만,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말과 같이 돈없는 배고픔의 시절이 지나가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는 집들도 많다.

원래 인생은 수많은 굴곡이 많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생각하기에 달렸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거야.”

과연 그럴까.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느냐고 물으면 과연 몇사람이나 그렇다고 할지 의문이다. 돈은 사람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더 갖지 못해 안달이 나고 결국 돈의 노예로 전락해버리기도 함을 볼 수 있다.

넉넉함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 삶의 의미가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듯이 행복도 미처 피어나지 않은 몸과 마음안에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아가는 젊음에서 있는 고생, 없는 고생 하면서 노력하는 가운데 하나씩 둘씩 늘려가는 삶의 즐거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매섭게 몰아치는 찬바람이 사라져가고, 그 자리에 따스한 봄기운이 스며들어 자그마한 싹이 돋아나더니 하나 둘 꽃이 피어남을 상상해 보자. 헐벗은 맨땅에서 풀꽃이 더 많이 살아나고 꽃으로 노래하듯이 사람과 돈도 이같이 되어 웃음꽃으로 널리 널리 펼쳐져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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