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안전의 첫걸음 ‘산업안전 대진단’부터
사업장 안전의 첫걸음 ‘산업안전 대진단’부터
  • 김경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장
  • 승인 2024.03.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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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경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장
김경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장

 

1912년 4월10일. 영국의 사우샘프턴(Southampton) 44번 부두를 출항해 프랑스의 셰르부르와 아일랜드의 퀸즈타운을 거쳐 미국의 뉴욕으로 향하던 여객선 한 척이 있었다.

이 배는 출항 당시 망지기(見視)들에게 쌍안경 보관함 열쇠가 인계되지 않아 육안으로만 해상의 위험요소를 확인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었고, 주변의 배들로부터 유빙(流氷)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를 6통이나 받았지만 북대서양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치부하였다. 당시 통신기사들은 이런 경고보다 1등석 승객들의 사적인 전보를 보내는 일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이 배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타이타닉호'였다. 안타깝게도 항해를 시작한 지 단 6일 만에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 당시 최대규모의 배였다. 타이타닉호 침몰의 원인을 한가지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많은 전조와 경고가 있었음에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처할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만큼 무의미한 것이 없다고 하지만, 만약 1912년 4월15일 침몰 전 알게 된 많은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하였다면 1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 또한 이와 비슷하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 많은 유해·위험요인이 직관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여러 경로로 경고가 전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조와 경고를 경시하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단지 `운'이 좋아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업장에서 사고의 조짐을 스스로 파악하고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관리체계가 구축되어 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측면에서 아직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정부는 산업재해를 효과적으로 감축시키기 위해 2022년 1월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였고, 올해 1월27일부터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되었다. 그러나 중·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같은 대응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사업장 스스로 안전수준을 진단해 보고 안전과 보건에 대한 경각심을 유발하여 안전보건관리체계에 관한 관심과 이해도를 제고시키기 위한 `산업안전 대진단'을 4월말까지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산업안전 대진단'은 사업장의 안전보건 경영방침·목표, 인력·예산, 위험성평가, 근로자 참여, 안전보건관리 체계 점검·평가 등 총 10개의 핵심 항목을 스스로 평가하여 진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순히 `산업안전 대진단'에 참여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개선된다고 할 수 없지만, `산업안전 대진단'을 통해 기존에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유해·위험요인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개선해 나간다면 사고를 예방하고 더 나아가 사업장 안전문화 구축의 기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고 사업장 스스로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부족한 부분을 직접 확인한 후 컨설팅·기술지도·재정지원·교육 등 다양한 정부지원사업을 신청할 수도 있다.

사건은 다양한 상황과, 인적 원인과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고 그 원인에 대처하지 못한 것들에는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사업장에서 인명사고를 동반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많은 사업장이 `산업안전 대진단'에 참여해서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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