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둥 잘려 휑'·`과도한 가지치기' … 가로수 수난
`밑둥 잘려 휑'·`과도한 가지치기' … 가로수 수난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4.03.18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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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각종 사업·민원에 명확한 기준 없이 싹둑
강전정 방식 지양 불구 `나무학대 논란' 매년 반복
환경단체 “행정편의적 벌목 안돼 … 관점 바뀌어야”
지난해 벚꽃이 만개한 율량천(왼쪽)과 벚나무를 베어내 휑한 율량천.
지난해 벚꽃이 만개한 율량천(왼쪽)과 벚나무를 베어내 휑한 율량천.

#18일 오전 10시 청주시 청원구 율량천변. 하천변을 따라 밑둥만 남은 채 잘려나간 벚나무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는 나무 뿌리를 뽑아내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청주 상당산성 진입도로에는 멀쩡한 가로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상당산성 입구의 상징과도 같았던 30년 이상 된 벚나무 60여 그루가 벌채됐다.

#직지대로와 사직대로 등 청주도심의 버즘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가지치기로 `닭발 가로수', `젓가락 가로수'라는 오명에 시달린다.


속보=청주 도심 곳곳에 심어진 수십 년 생 가로수들이 뽑히고 잘려나가는 수난을 겪고 있다.

청주시가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명확한 기준도 없이 훼손하고 있어서다.

가로수 조성이나 관리에 관련된 법률과 조례는 있지만, 가로수 벌목은 어떤 경우에 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자치단체의 행정적 판단으로 벌목이 이뤄지고 있어 명확한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주시는 이달부터 율량천변 제방도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사천교~덕성교 사이 660m 구간 벚나무 40그루를 베어냈다.

잘려나간 벚나무의 수령은 30년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 주민들은 “꼭 베어냈어야만 하느냐”는 반응이다.

주민 김모씨(여·54)는 “벚꽃이 필때면 산책을 나와 자주 걷던 길”이라며 “나무가 잘려나가 황량한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예년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도로 확장 공사가 끝난 뒤에는 하천 제방에 호안블럭을 쌓을 예정이어서 공간이 없을 경우 나무를 심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벚나무를 이설할 장소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나무를 잘랐다”며 “호안블럭 공사가 끝난 뒤 나무를 심을 공간이 나오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당산성에서도 진입도로를 확장한다며 최근 수십 년 된 수령의 벚나무 69그루를 베어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지치기로 앙상한 몰골의 복대동 버즘나무. /이형모 선임기자
가지치기로 앙상한 몰골의 복대동 버즘나무. /이형모 선임기자

도심 가로수의 과도한 가지치기 논란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18일 시에 따르면 청주에 9만5000여 그루의 가로수가 있다. 시는 올해 전선에 닿는 가로수 6232그루를 전정했다.

가지치기는 가지를 잘라내는 양에 따라 강전정(强剪定)과 약전정으로 나뉘는데 과도한 가지치기는 강전정이다. 청주도심 주 간선도로의 버즘나무가 앙상한 몰골이 된 이유다. 시민들은 `나무 학대'라고 입을 모은다.

시가 강전정은 지양한다고 하지만 뙤약볕 아래 도심속 가로수 그늘을 찾기 쉽지 않다.

가로수 가지치기는 생육 발달 시기인 봄철과 잎이 떨어지는 가을철에 주로 이뤄진다.

수형 관리, 적정한 생육 등을 돕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지만 주변 상가 간판을 가린다거나 전선 및 교통흐름 방해 등의 민원으로 가지를 잘라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도시에서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뜨거운 열을 낮출 수 있는 건 나무 밖에 없다”며 “개발사업을 하면서 필요에 의해 행정편의적으로 나무를 베어내는 일을 지양하고 나무를 대하는 시 행정의 관점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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