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고래
  • 김일복 시인
  • 승인 2024.03.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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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김일복 시인
김일복 시인

 

새끼고래가 죽으면 어미 고래는 죽은 새끼고래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수면 위로 끌어 올리거나 업고 다닌다.

안타까운 모성애다.

그런가 하면 그 습성을 이용하여 창살로 새끼 고래를 먼저 잡고 어미 고래를 잡는 어부가 있다.

짐작건대 어미 고래는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매년 2월 셋째 주 일요일은 세계 고래의 날이다.

바다 생태계를 지켜주는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그런데도 어느 휴양지에서 돌고래 쇼를 보며 함성을 지르고 즐거워한다.

아마 돌고래의 수족관은 창살 없는 감옥이 아닐까? 고래도 인간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일요일도 없이 꼬리를 흔들어야 했어

에메랄드빛 따라 출렁이고 싶었던 거지

궁지에 몰리면 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몸통으로 헤엄치지



온종일 바닷속에서

거미줄 치며 살아갈 수는 없었던 거야

어디로 망명할 수도 없었지

하늘길로 나와 본 적이 없었으니까



플라스틱 주위를 맴돌고 있어

바다 위로 날아온 숨비소리

물길을 잃어버린 거야

세상엔 그물이 너무 많아



-시 「고래」 전문-



쉼 없이 살아가는 인간과 비슷한 고래의 모습이다.

거대한 몸집으로 먹고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고래는 세상에 그물이 많은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꼬리를 치며 살아가는 고래는 어쩌면 바다 어디쯤에서 파도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고래도 사는 게 지겹다며 밥 먹듯 말한다.

만약 고래가 바다에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 곁을 떠난다면 더 많은 아픔을 겪을 것이다.

고래도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고, 춤을 추고 노래하고 싶은데 지구 환경이 녹록지 않으니 걱정이다.

살며 살아지는 삶이다. 부딪치며 견뎌내는 인간의 본능적인 삶 역시 고래와 다를 바 없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사다. 그래서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생명의 바다와 공존하는 고래다. 고래는 인간을 공격하지 않고 원망도 안 한다.

오로지 파도를 가르며 삶의 물길을 찾아 유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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