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기후위험 과학적 예측 없이 댐·교량·배수시설 설계"
감사원 "기후위험 과학적 예측 없이 댐·교량·배수시설 설계"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4.03.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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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결과 공개…"재해 위험, 정부 예측보다 증가"
도심지 침수, 댐 월류(물 넘침), 교량 붕괴, 항만 침수, 철도레일 좌굴(휘어짐) 등 재해 발생 위험이 정부 예측보다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충분한 예측 없이 댐·교량·배수시설 등 사회기반시설 사업을 추진한 탓이란 게 감사원 측 판단이다.



감사원은 1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회기반시설 감축 분야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주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8월 물·식량 분야와 11월 온실가스 감축 분야에 이은 세 번째 감사 결과다.



이번 감사는 사회기반시설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홍수, 해수면 상승, 폭염을 선별하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미래 기후변화(SSP) 4개 시나리오를 연구기관 등의 분석모형에 적용해 시뮬레이션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위험 요인별로 보면 홍수 예방을 위해 댐을 설계할 때는 특정 유역·기간에 이론상 내릴 수 있는 최대 강수량인 '가능최대강수량(PMP)'과 댐 유역의 배수구역을 고려할 때 PMP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홍수량인 '가능최대홍수량(PMF)'를 반영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고려하지 않고 2004년 이후 개정하지 않은 PMP를 댐 설계기준에 적용하고 있었다.



이에 소양강댐 등 14개 댐·저수지의 PMP, PMF, 최대 수위를 단기(2021~2040년), 중기(2041~2070년), 장기(2071~2100년)별로 산정해 총 56개 시나리오의 여유고(교량 상판의 하부와 계획홍수위 사이의 높이) 부족과 월류 발생 여부를 살펴본 결과, 평화의댐이 PMP 증가로 모든 시기에서 월류가 발생하는 등 단기 27개(48%), 중기 31개(55%), 장기 34개(61%) 경우에서 여유고 부족과 월류 발생이 전망됐다.



환경부는 또 하천 설계 시 필요한 설계홍수량과 계획홍수위의 예측치 산정에서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계획홍수위를 넘는 홍수가 나면 교량 기둥의 침식을 뜻하는 '세굴'로 인한 교량 붕괴와 월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천 설계홍수량이 단기(16.1%), 중기(16.2%), 장기(52.0%) 순으로 미래에 갈수록 그 증가율은 높아졌다.



감사원은 환경부에 댐·저수지와 교량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 기후변화 요인을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행정안전부는 도심 침수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연재해저감종합계획'에 반영하는 방재성능목표를 산정하면서 미래 기후변화를 고려한 강우증가율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22년 강남구에서 시간당 강우량(116㎜)이 방재성능목표(100㎜)를 초과해 침수가 발생하는 등 최근 10년간 77개 지자체(36.2%)에서 1개 연도 이상 실제 강우량이 방재성능목표를 초과했다.



감사원이 시흥시 도심 15개 지역과 시흥하중 공공택지지구를 대상으로 기존의 방재성능목표가 기후변화 대응에 적절한지 확인해보니, 시흥시 도심지역은 SSP5-8.5를 적용할 경우 현재의 방재성능목표 적용 대비 침수 면적은 74만6000㎡(43만9100→118만5100㎡) 증가하고 침수 피해액은 4655억원(2563억→7218억원) 증가하는 등 모든 시나리오(SSP1-2.6, 5-8.5)에서 침수 피해가 늘어났다.



시흥하중지구도 침수 지역이 기존 5개에서 최대 17개로 증가하고 침수심은 기존 6㎝에서 8~14㎝로 높아지는 등 모든 시나리오에서 피해가 증가했다.



감사원은 행안부에 미래의 기후변화 진행 상황에 부합하게 강우증가율을 예측해 방재성능목표를 수립할 것을 통보했다.



해양수산부는 기후 변화로 2100년 해수면이 최고 101㎝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재해취약지구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과거 30년 추세를 토대로 해수면 상승고를 추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 추산대로라면 정비계획 대비 통영항, 마산항, 평택·당진항, 녹동신항 등 4개 취약지구의 월류고는 최대 53.8㎝, 침수 면적은 최대 1.798㎢ 증가하는 등 2100년을 기준으로 SSP5-8.5 적용 시 대부분의 지역에서 방재시설 계획고를 모두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통영항을 제외한 모든 항만에서 기후위기를 고려해 정비사업을 할 경우 피해 예상액이 사업비보다 5.6~10.6배 많을 것으로 분석됐다.



감사원은 해수부에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에 미래 기후변화 영향을 고려해 해수면 상승고를 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국가철도공단은 장대레일의 좌굴 현상을 막기 위해 설계기준(KR C-14050)에 설치할 때의 온도인 부설온도로 설정하게 돼 있다.



장대레일은 1개 길이가 200m 이상인 레일로, 우리나라 전체 철도 길이(9912㎞)의 68.2%(6764㎞)를 차지한다. 온도 변화에 따라 궤도가 틀어지는 좌굴 위험이 큰 편이다. 2000년 이후 장대레일 구간에서 대기온도 상승으로 철도 탈선사고나 운행 장애가 발생한 건수는 6건이나 된다.



그러나 온난화로 폭염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데도 철도공단은 1966년부터 사용해온 설계기준을 단 한번도 개정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단·중·장기별로 좌굴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 '빠른 산업기술 발전에 중심을 둬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도시 위주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경우'(SSP5-8.5) 기준 장기에는 대기온도가 40도 이상일 확률이 최대 53.4%로 증가하고 레일 온도가 현행 설계기준 상 부설온도 상한인 60도 이상인 일수가 하절기의 30.2%로 전망됐다.



중위 온도도 약 27.15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돼 고속철도 좌굴 발생 확률도 최대 0.2%까지 증가하는 등 현 설계기준이 미래의 기후변화까지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감사원은 "최근 기후변화로 대기온도 상승이 전망됨에 따라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철도공단 측에 설계기준 개선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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