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기억을 불러오는 힘
음악, 기억을 불러오는 힘
  • 이한샘 청주교육지원청 장학사
  • 승인 2024.03.1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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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한샘 청주교육지원청 장학사
이한샘 청주교육지원청 장학사

 

요즘 치매 환자가 늘고 있는데 원인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두뇌 기능이 점차 약해져서 기억력과 사고력, 상황판단력 등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병. 원인 미상의 신경 퇴행성이 대부분이고 또 일부는 뇌의 혈액순환 장애에 의한 혈관성 치매라고 한다. 예방법을 찾아보니 두뇌 회전을 많이 시킬 수 있는 놀이나 독서, 글쓰기가 효과적.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과거에 의미 있는 음악을 듣는 것'이란다.

과거 음악 수업했을 때 각자 좋아하는 음악 소개해 보자고 했더니, `저는 이 음악과 함께 자랐어요'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뽀로로, 검정 고무신, 세일러문 노래.시키지도 않았는데 신나게 낄낄거리며 모두 함께 큰 소리로 부른다. 누구나 `과거 익숙하고 의미 있는 음악'은 공감의 힘이 세다.

며칠 전 딸아이가 응답하라 1988 드라마를 보는데 배경음악으로 동물원의 `혜화역'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릴 때 듣던 그때의 분위기가 맛나게 느껴진다. 의미 있었던 `그때 그 음악'을 들으면 그 당시로 돌아가 모든 상황과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음악의 힘이다. 아직도 베토벤 교향곡 7번을 들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들뜬 기분이 되살아나고, 쇼팽의 야상곡을 들으면 빗속에서 피아노를 치던 촉촉한 봄비 냄새가 난다. 그리고 단소 곡인 `청성곡'을 들으면 임용고시 때 덜덜 떨며 한국적인 요성(떨림)인 것처럼 연주했던 순간이 전해져 웃음이 난다. 며칠 전엔 작년 한 해 동안 들었던 음악 목록을 따라 차례로 들었더니 한 편의 드라마처럼 스토리가 펼쳐진다. 생각해 보면 음악은 `과거의 나 자신과 공감하는 힘'을 가진 것 같다. 음악이 과거와 연결하는 힘이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되어 있다. 음악이 우리의 주의를 끌 때, 음악은 삶의 사건의 세부사항과 함께 기억 속에 암호화된다고 한다. 음악이 불러일으킨 자전적인 기억이 무의식적 기억으로 연결되면 우리는 음악을 듣고 나서 떠올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음악의 감정적인 특성이 기억의 단서가 되어 기억을 되살아나게 한다는 것. 즉, 치매에 좋다는 연구 결과이다. 특히 기억을 살아나게 하는 데 있어 음악을 듣는 것은 책을 읽는 것이나 TV를 보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하니, 음악을 가까이하는 것이 건강함을 유지하는 비결이겠다.

나는 대학원 때 들은 `음악심리학' 수업을 통해 음악심리학 이란 음악이 뇌를 어떻게 자극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임을 알게 되었다. 덴마크공과대 얀 라센 교수와 요셉슨 교수는 온몸을 지배하는 `뇌'를 건강하게 하려면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 연구했고 결론은 `음악'이었다. 음악을 듣거나 연주할 때 인간의 뇌는 모든 부위가 자극된다. 음악적 개입은 우울증, 불면증 같은 정신병만 아니라 파킨슨병, 뇌졸중, 암 등의 신체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이는 음악을 들을 때 `복합적 두뇌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봄이 왔다. 좋아했고 의미 있었던 음악을 들어보자. 어 새 내 뇌가 그때의 자신을 기억해서 활성화될 뿐 아니라, 편안함과 여유 속에서 현재 하는 일에 더욱 효율을 가져다줄 것이다. 장르를 망라해서, 요즘 따라 좋아진 음악을 정해서 작곡가, 곡 설명, 배경 들을 적어보자. 그때의 나의 상황과 기분도 함께. 작은 기억 일기장처럼 적어 내려가 음악이 내 일기장에 한 페이지가 되도록 해 본다. 내 기억의 조각이 되어 잘 정리된 과거 서랍에 차곡차곡 담다 보면 기억력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웰빙 노트가 될 것이다. `자기다움'이라는 좋은 느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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