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 `싹둑' … 반쪽된 벚꽃 명소
아름드리 `싹둑' … 반쪽된 벚꽃 명소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4.03.12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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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상당산성 진입도로 확장 공사 … 69그루 벌목
수십년 된 나무 베어내고 새로 식재 … 비난 목소리 ↑
청주시 상당산성 진입로 일대 벚나무가 베어져 밑둥만 남았다(왼쪽). 잘린 나무와 뿌리가 공사장 한 켠에 쌓여있다. /이형모 선임기자
청주시 상당산성 진입로 일대 벚나무가 베어져 밑둥만 남았다(왼쪽). 잘린 나무와 뿌리가 공사장 한 켠에 쌓여있다. /이형모 선임기자

 

“애써 키운 수십 년 된 나무들을 이렇게 굳이 베어내야 하나요?”

청주시가 상당산성 진입도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수십 년 된 벚나무들을 베어내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12일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상당산성 진입로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 구간은 진입로 회전교차로~상당산성 남문까지 740m이다.

원래 이곳에는 도로변 양쪽으로 벚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그러나 공사를 맡은 건설업체는 도로 확장 공사를 위해 한쪽 도로변 벚나무를 모두 잘라냈다.

나무를 잘라내고 파낸 뿌리는 공사장 한 켠에 수북히 쌓아 놓았다.

아직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인도쪽 사정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나무가 잘려 나갔고 직경이 20~30㎝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밑둥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공사를 하면서 이렇게 잘라낸 벚나무는 전체 85그루 중 69그루나 된다.

온전히 남아 있는 나무는 고작 16그루에 불과하다.

공사를 지켜봤다는 한 시민은 “오랜 시간 애써 키운 아까운 나무를 굳이 저렇게 마구 베어낼 필요가 있느냐”며 “다른 곳에 옮겨 심거나 임시로 보관했다가 공사가 끝난 뒤 다시 심으면 안 되느냐”고 말했다.

이곳 벚나무 수령은 대략 30년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화기에는 벚꽃이 터널을 만드는 장관을 연출해 상춘객과 등산객들이 몰려 드는 청주의 대표적 벚꽃 명소로 손꼽힌다.

휴일 상당산성을 자주 오른다는 한 시민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나무를 심기도하는 데 이렇게 잘 자란 나무를 베어내는 청주시 행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올해는 벚꽃을 못본다고 생각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시는 다음달 인도 확장 공사를 하면서 7000만원을 들여 벚나무 206그루를 새로 심을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이곳 벚나무는 수령이 오래돼 옮겨 심을 경우 고사할 확률이 높고, 수형 관리가 안돼 베어내는 게 좋다는 관련 부서와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며 “벚나무를 다시 심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상당산성 진입로 확장 공사는 입구 회전교차로~산성내 방죽간 도로를 왕복 2차선으로 넓히고, 3~6m의 인도를 새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형모 선임기자

lhm043@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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