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기버
성공하는 기버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 승인 2024.03.0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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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대학상담소에서 빡세게 수련을 받던 대학원 시절, 저명한 미국 상담심리학자가 서울에서 강의한다는 소식을 듣고 비싼 참가비를 내고 참가했다. 함께 수련 받던 상담소 직원들은 비싼 참가비 등으로 포기하였다. 세미나 기간 받은 최신 자료들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상담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렵게 확보한 최신 자료들을 동료 수련생들에게 풀어놓는 것이 아까워 혼자만 보리라 맘먹고 자료들을 캐비넷 깊숙이 모셔 놓았다.

5년이 흘러 이삿짐을 싸기 위해 캐비넷을 정리하다가 고이고이 모셔져 있는 그 자료들을 발견했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혼자만 보려고 숨겨 놓았던 그 자료는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채 깨끗하게 모셔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전혀 새로운 자료도 아닌 흘러간 구식 자료에 불과하였다. 참 부끄러웠다.



# 기버와 테이커

직장에서 우리는 흔히 세 부류의 인간형을 만나게 된다. 첫째, 테이커(taker), 남에게 베풀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며 자신에게 중점을 두고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둘째, 기버(giver), 다른 사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람으로, 상호 관계에서 무게의 추를 상대에게 두고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 셋째, 매처(matcher), 받는 만큼 주고 주는 만큼만 받으려는 사람으로 남을 도울 때 상부상조 원리를 내세워 손해와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애쓰는 사람이다.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실제 사회생활에서는 세 가지 유형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기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메처, 어딘가에서 서비스를 누를 때는 테이커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세상에서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하며 또 어떤 사람들이 사다리 맨 밑에 있을까.



# 진정한 기버

미국의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A. Grant)는 그의 저서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에서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대개`기버'이며 성공사다리의 맨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 또한 `기버'라고 하였다.

한편, 부활한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작가 로버트 그린은 그의 저서 `권력의 법칙'에서 “홀로 선하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파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생에서 그리고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콜로세움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투사의 도리, 즉 전쟁의 기술을 익혀야 할 뿐 착해 빠져서는 절대로 `1인자'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린에 의하면 기버보다 테이커가 세상에서 성공한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자기 할 일을 희생해 가며 남을 돕고,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귀중한 정보를 과감하게 공유하는 사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누군가를 돕고자 애쓰는 사람, 그 `착하고 이타적인 사람'은 나쁘고 이기적인 사람에게 이용만 당할 뿐 성공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

그런데 애덤 그랜트는 양보하고, 배려하고, 베풀고, 조건 없이 주는 사람이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한다는 것을 10년간의 연구를 통해 증명해 냈다. 다만 기버 중에서도 `호구'들은 성공 사다리의 맨 밑바닥에 있기 쉽다고 했다. 친구 공부를 도와주느라 정작 자기 시간이 부족해 시험을 못 본 학생, 사람이 좋아 버는 족족 주변에 다 퍼주고 집안의 식구들은 굶주리게 하는 그런 사람들은 `기버'가 아니라 `호구'이다. 타인과 자신의 이익에 모두 관심을 가지는, 즉 주위 사람들과 자신을 모두 사랑한 사람이 진정한 `기버'이다.

오래전 상담수련생 시절, 그 자료를 당시 동료와 함께 나누었다면 나의 삶이, 나의 학문적 성과가 지금보다는 더 멋지고 높아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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