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사회에서의 동상이몽
불평등 사회에서의 동상이몽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4.03.0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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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우리는 민주 교육을 받고 자라왔다. 그래서인지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서민은 대체적으로 평등의식을 체화한 채로 살아간다. 사회 엘리트들도 이처럼 평등의식을 갖고 살까? 아닌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일반 서민을 개돼지처럼 생각하고 있는 선민들도 있다.

세상에는 엄연히 불평등관계가 있으며 각종 차별이 만연하고 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 차별이 있으며, 가진 자들은 가지지 못한 자들 위에 군림하고 가지지 못한 자들은 가진 자에게 휘둘려 산다. 세상은 불공평하며 불평등하다. 이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 앞에서 서민들과 파워 엘리트들은 서로 상반된 생각을 하며 산다.

서민은 평등의식을 체화하고 산다. 부자가 세상은 역시 돈이야 내가 돈 많은 사람이니 내 앞에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사람들은`웃기고 있네, 가진 게 돈밖에 없지?' 하며 비웃는다. 오죽 내세울 게 없으면 돈을 내세워 자신을 과시하려 할까? 권력으로 사람을 제압하려 하면? 그것도 사람들을 분노하게 한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내가 가진 힘을 동원해 권력으로 당신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줄 거야. 까불지 말고 들어.'이렇게 협박하는 권력자를 보면 사람들은 속으로 화를 삭이면서 이를 갈게 될 것이다. 5년 권력이 뭐 대단한 거라고 이처럼 막 나가지? 너희가 그렇게 권력 잔치를 해가며 나에게 해코지를 해도 세월은 간다. 이렇게 생각하며 사람들은 이를 악문다. `나는 배운 사람이라 너보다 낫지'라고 말하면 `먹물이 세상에 대해 뭘 알아'하며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가 평등하다고 생각하며 산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서양적 사유방식을 갖고 있는 교수가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평등하냐”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노력을 해서 합당한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되면 사람들 모두가 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며 공경해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한 사람에 대한 인정이나 존중분위기가 전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학생들도 선생을 마음으로 존경하지 않아서 화가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의견에 공감을 하는 편이다.

소위 말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엘리트들은 어떨까? 이들의 사고는 평등하지 않다. 성공한 인간 중 불평등 의식이 골수에까지 뿌리내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희랍어를 배우러 외국의 대학에 갔다 온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엘리트로 인정받는 유학생들이 자신들은 신분, 역량,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선택된 선민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과 같은 대우를 받으면 안 된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들은 국내 유수한 대학의 교수가 돼 있거나 사회 저명 인사가 되어 부, 권력, 명예를 누리고 있는 알 만한 사람들이다. 요즘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권력자와 그 가족, 장차관이나 의원을 포함한 파워 엘리트들은 국민과 자신을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어차피 아무리 인기가 없어도 어차피 내가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이 자신들에게 해코지를 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의 마음은 조변석개하기 때문에 잘 조작하면 자신의 편에 서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며 거짓말도 서슴없이 한다. 그들에게 진실성은 중요한 덕목이 아니고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서민은 평등의식이 체화되어 있지만 불평등관계에서 당하며 살고 엘리트들은 귀족의식을 갖고 불평등관계에서 혜택을 받으며 산다. 사회가 평등하다거나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불평등관계에서 당하는 입장에 서며 사회는 원래 불평등하기 때문에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누리며 산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서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때면 선민이 생각하는 바대로 흘러가서 그들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진다.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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