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 보자, 봄철 산불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봄철 산불
  • 유희동 기상청장
  • 승인 2024.02.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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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유희동 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평년보다 높은 기온의 영향으로 지난달 26일 제주에서 봄의 전령사 매화가 평년보다 46일 일찍 만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앞으로 더 많은 꽃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릴 것이다. 하지만 봄의 전령사에는 반가운 존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녹고 온기가 감돌기 시작하면 남녘으로부터 전해오는 반가운 꽃 소식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꽃도 있다. 산의 불꽃,`산불'이 그것이다.

산림청 산불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지난 10년간(2013~2022) 3월부터 5월에 산불의 56%가 발생했다. 이렇게 봄철에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온도가 산불 발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평균기온이 1.5도 증가하면 산불 기상지수가 8.6% 상승하고, 2도 증가하면 13.5% 상승한다고 한다. 봄에는 기온이 높고 눈이나 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내려 습도가 매우 낮은 기상 상태가 지속된다. 그래서 수풀과 낙엽이 바짝 마르며, 나무는 3~4월에 수분을 가장 적게 품고 있다. 따라서 봄에 산불이 발생하게 되면 산의 나무와 수풀들이 불쏘시개처럼 잘 타고, 강한 바람이 불면 불씨들이 몇백 미터에서 몇 킬로미터까지 날아가기 때문에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대형화되는 산불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실시간으로 전국 지역별 지형 조건, 온도, 습도, 풍속 등의 기상 조건을 종합 분석하여 산불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예측해서 예보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대형 산불 현장에 이동형 기상관측장비를 지원하고, 기상관측 천리안위성-2A호를 활용한 산불탐지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인 2월1일부터 5월15일까지는 산불 업무 담당자에게 기상전망 요약자료를 1일 2회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건조특보가 발효되고 평균풍속 8m/s 이상의 강풍이 예상될 때는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 정보를 사전에 전달하고 있다. 산불 발생 시에 산불 단계별 기상정보를 제공하여 대형 산불로 확산하는 것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도 구축하였다.

산림청 산불통계연보의 최근 10년간(2013년~2022년) 원인별 산불 발생 현황을 보면 입산자 실화 33%, 농산부산물 소각 13%, 쓰레기 소각 13%, 담뱃불 실화 6%로,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산림청, 지자체 등은 조그만 불씨라도 큰 산불로 번질 수 있는 봄철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등산 시 화기물 소지 금지, 야영 시 지정된 곳에서만 취사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산림 인접지 불법 소각으로 인한 산불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농업부산물 파쇄를 지원하는 등 총력 대응을 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올해 2월부터 4월까지의 3개월 전망에 따르면,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고 기상가뭄도 없을 것으로 전망되나, 기온은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은 부주의로 수십 년간 키워 온 숲을 한순간에 잃지 않기 위해`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마음으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산불을 예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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