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같은
별빛 같은
  • 박명자 수필가
  • 승인 2024.02.1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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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박명자 수필가
박명자 수필가

 

이슬비 비가 온다.

한파가 몰아치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날씨가 포근하다.

겨울의 한복판 1월 낮 1시가 넘어가고 있다.

나는 제단을 닦고 준비해 간 재물을 차렸다. 그리곤 우산을 받쳐 들고 서성이며 그들을 기다린다. 남편도 아마 그들을 마중하기 위해 큰길까지 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드디어 승용차가 들어와 멎는다.

열흘 전, 남편의 고등학교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남편이 떠난 지 1주기를 맞아 산소로 오겠다는 것이다.

이 엄동설한에 서울, 청주 등 여러 도시에 흩어져 사는데 바쁜 시간을 내어 찾아오겠다니, 아직도 내 남편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떠난 친구를 잊지 않는 그들의 우정에 가슴이 뭉클했다.

찬바람 일던 가슴에 훈훈함이 번져왔다. 남편의 생전에 돈독했던 우정이 한결같음을 느꼈었지만, 이렇게 찾아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남편의 재단에 잔을 올리고 절을 하며 한마디씩 한다.

“친구야, 그곳에서도 잘 지내고 있지?”

“형우야, 많이 보고 싶다.”

슬픈 눈빛, 목이 잠긴 목소리로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하듯 이야기한다. 한 친구는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친구에게 이 노래 꼭 들려주고 싶어 준비해 왔어. 너 이 노래 유난히 좋아했잖아.”

핸드폰을 재단 위에 올려놓고 버튼을 누르자 남편이 즐겨듣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당신이 얼마나 내게~ 소중한 사람인지 ~세월이 흐르고 나니 이제 알 것 같아요.~.'

노래 가사를 듣고 있자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언젠가 남편이 하던 말이 생각나서였다.

“여보, 오늘 내가 블루베리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며, 한해가 빨리도 가는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라디오에서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노래가 나오는 거야. 밭둑에서 듣고 한참을 울었어.”

투병 중이던 남편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과묵한 성격에 미안하다, 사랑한다, 말도 쉽게 하지 못하고 살았음을 나는 안다.

그런 와중에 이 노래 가사에서 감정이 복받쳐 올랐던 것 같다. 그리곤 꿋꿋이 잘 견디던 남편은 갑자기 의식을 잃는 바람에 끝내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하고 떠나고 말았다.

오늘 남편은 하고 싶었던 말을 이 노랫말을 통해 내게 전해주는 것 같았다.

이슬비는 그치고 안개처럼 운무가 떠 있는 능선을 따라 노래가 공원 안에 잔잔히 울려 퍼진다.

친구들은 남편 곁을 얼른 떠나지 못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좀 더 자주 만나지 못한 아쉬움과 오랜 세월 함께했던 추억들을 꺼내 놓는다.

그리곤 나를 향해 내 친구는 긍정적인 사람이니 그곳에서도 이웃과 즐겁게 지낼 것입니다. 라고 한다.

남편의 친구들을 배웅하고, 나는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을 향해 나직이 한 소절 불러본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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