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용문에 관한 불편한 생각
등용문에 관한 불편한 생각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4.02.14 1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등용문(登龍門)은 출세를 위한 관문을 뜻합니다. 그 관문은 좋은 대학일 수도 있고, 고시와 같은 국가시험일 수도 있고, 대기업의 취직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제 주변이나 뉴스에서 온통 4·10 총선을 위한 정당의 공천문제로 시끌벅적합니다. 선거에 출마하여 정무직 공무원으로 우뚝 서는 것 역시 입신양명이면서 현대의 민주주의 하에서 크게 주목받는 등용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리 현수막이나 언론의 소개를 통해 `청와대 또는 대통령실 행정관'이라는 경력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것을 그의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무원의 체계와 입직경로를 잘 모르는 시민들은 `행정관' 직함만으로는 선거에 나오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본인의 스토리를 시민에게 전달하기보다 이 직함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의존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공무원은 크게 경력직과 특수경력직 공무원으로 나뉘는데 보통 직업공무원을 말하는 경력직 공무원은 공채를 통해 실적주의에 따라 임용과 승진이 이루어지고 정년이 보장되며, 일반직과 특정직이 있습니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 일반직이고, 행정부에서 검사, 군인·군무원, 경찰 및 행정부 외 사법부의 법관 등이 특정직에 해당합니다. 특수경력직 공무원은 법이 따로 정한 공무를 수행하고자 국회의 보좌진이나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 등인 별정직과 선거를 통해 국익과 공익을 수행하는 정무직 공무원이 있습니다. 따로 정해진 임기 외에 정년의 보장이 없고, 공채에 의한 경력직 공무원과 다르게 입직경로가 매우 다양한 편입니다.

헌법이 정한 바와 같이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입니다. 그러므로 공무원은 능력과 청렴에 의해 평가될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 관료제의 원칙은 자격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공정하게 선발하는 실적주의이나 위의 특수경력직 공무원과 같이 법이 정한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적주의가 완화되어 추천 등에 의해 입직이 가능하게 됩니다. 조선의 개혁적인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조광조는 현량과(賢良科)를 통해 과거에 의하지 않은 인재를 찾고자 천거제를 도입하였고 중종대에 김식, 박훈과 같은 국기(國器)를 실제 등용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의한 실적주의를 지키는 가운데 숨어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자 천거를 활용하여 기울어진 세력을 견제하면서도 나랏일을 수행할 다양한 인재를 진출시키고자 했습니다.

온전한 실적주의에 따른 공무원제도의 운영은 경직될 수 있어 우수한 자격이나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할 만하다면 나랏일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비율이 너무 많아지거나 절차가 많이 생략되면 더 우수하고 성실한 집단에 박탈감을 안겨주게 되어 곤란하고, 추천을 통해 원칙이 완화되더라도 줄서기에 따라 너무도 우연한 기회에 장차 선거 출마용 경력 확보의 목적으로 입직하는 것이라면 신중하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정당에서 인재를 영입하는데 곳곳의 숨어 있는 진짜 인재를 찾아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민이 직접 투표하여 뽑는 것이 아니라면 줄을 세우더라도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입직하는 사람은 공채나 고시를 거치지 않았을 뿐이지 거쳤다면 능력이 검증되는 수준에 있어야 합니다. “나 행정관 출신이오”라는 감투로 지역과 주민을 위한 충분한 고민 없이 누구 줄에 있다는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이라면, 출마야 자유라지만 `지역과 주민의 어려움을 얼마나 알고 고민했는지, 또 민심을 위해 일할 능력과 자질이 준비되어 있는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가가 등용문을 잘 두고 있는지, 또 등용되려는 사람이 나랏일을 잘 이해하는 것인지에 대한 불편한 생각이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