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작가(招待作家)
초대작가(招待作家)
  •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 승인 2024.02.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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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우리나라 미술분야 공모전은 대부분 `초대작가' 제도가 있다.

일반인들도 들어봄 직한, 지금은 `대한민국미술대전(大韓民國美術大展)으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국전(國展)'이라는 최대 규모 공모전을 모태로 각종 전국규모 외 시도 단위 미술대전도 초대작가 또는 추천작가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해당 공모전에 출품해 일정 이상의 점수(수상별 등급에 따른 차등 점수가 있다)를 받으면 `초대작가'란 타이틀을 준다.

물론 이 타이틀이 공모전 지원자들의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미술계 분위기상 `초대작가'라는 닉네임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가적 입지가 우월할 수 있다는 판단을 주는데 분명 기여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작가들의 실력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 기준으로 삼기에도 또한 모호하다. 이런 이유로 1980년대 이후 초대작가제도는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미술 공모전이 작가 등용문의 필수조건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작업을 직접 대중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른바 개인전이나 기타 전시회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만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것이 그것이다.

나도 80년대 중반 대학 시절 첫 번째 공모전을 통해 수상의 달콤함을 맛보았고, 이후 90년 전후로 공모전 점수를 차곡이 모아 어느덧 초대작가의 고지가 보였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날이었을까? 어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나 스스로 만들어내서는 `내 인생에 더 이상 공모전은 없다!'라는 다짐과 함께 이후로 공모전을 애써 외면했다. 물론 나는 작업을 계속했고 그 형식은 앞서 언급한 개인전 및 단체전을 통한 작품 발표였다.

한편 나는 이 같은 방식이 공모전을 통한 초대작가 등용 형식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고급진 일이라 생각했음도 고백한다.

현재 나는 충북미술대전 운영위원이다.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위촉 선발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정작 초대작가는 아니다. 뭐 꼭 계단식의 초대작가를 거쳐 운영, 심사위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대작가 그룹 전시를 보면 언젠가부터 은근히 부럽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내가 나이 들며 좀 유치해지나?' 그러다 문득 `아니 초대작가가 뭔 죄야?', `나도 초대작가 소리 한 번 들어보면?'이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기도 한다.

그런데 이 초대작가는 사실 일반인들의 상상을 넘는다. `입상'이라는 기본 수상을 전제한다면 거의 20여 년의 세월이 걸리기도 한다. 말이 20년이지 20년을 꾸준히 입상해야 채워지는 점수다. 보통 작가들이 한눈팔지 않고 작심해 15년 이상 쉬지 않고 도전하면서 중간에 두세 번의 특선 이상 점수를 따내야만 겨우 채워진다고 보면 된다.

어느 날 퇴근길, 내가 젊은 시절 꾸준히 도전해왔던 시도 미술협회 사무실에 전화했다.

“여보세요? 미술협회죠?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내가 1990년 전후로 귀 단체 공모전에 꾸준히 출품했던 적이 있습니다. 혹시 수상 경력 확인 좀 가능할까요?”

잠시 기다려달라는 사무국 직원이 자료를 찾더니 “아 네~ 실적이 좋으신데요?” “그런가요? 혹시 내가 초대작가가 되려면 점수가 부족한 걸로 기억하는데 얼마나 부족한가요?” “초대작가 점수요? 음….” 하하하. 젊은 시절, 내가 그토록 인정하지 않으려 애썼던 초대작가 타이틀에 인생 느지막이 맘 두는 것 보면 나도 참 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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