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모아 만든 `장학금 종잣돈'
담뱃값 모아 만든 `장학금 종잣돈'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4.02.0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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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퇴직 정윤오 전 보은군 속리산면장
하루 500원씩 41년9개월치 761만원 기탁
주민자치위 십시일반 성금 … 장학회 창립 준비

 

보은군의 한 퇴직 공무원이 41년간 하루 담배 1갑 가격인 500원씩을 모아 마련한 기부금이 만 7년만에 마을 장학금의 종잣돈이 된 사연이 화제다.

보은군 속리산면 정윤오씨(67· 전 속리산 면장·사진).

정씨는 지난 2017년 속리산 면장으로 재직중 퇴직하면서 주민자치위원회에 마을 장학금에 써달라며 761만1000원을 후원금으로 기탁했다.

정씨가 내놓은 761만1000원의 모금 사연이 재미있다.

고교 졸업후 옛 제원군(현 제천시) 금성면에서 산업계 서기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정씨는 마을 어른들로부터 담배를 피워보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사회 초년생으로 어른들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 정씨는 그러나 담배 한 모금에 평생 잊지 못하는 충격을 경험했다. 담배 한모금에 정신을 잃고 만 것다.

그 뒤 `담배는 피워서는 안되는 것'이라 생각한 정씨는 41년9개월의 공직생활동안 담배를 피지 않았다.

평소 꿈대로 고향인 속리산면의 면장으로 부임한 정씨는 퇴직을 앞둔 어느날 공직생활 내내 담배를 피지않은 비용을 마을 장학금으로 후원하겠다고 결심을 했다.

“첫 담배 한모금을 빨때 한갑에 30원이던 담배값이 퇴직 무렵 2000원이더군요. 그래서 평균을 내보니 대략 담배 한갑의 값이 500원이라는 계산이 나왔어요.”

정씨는 하루 500원씩의 담배 1갑의 값을 41년9개월로 곱해 761만1000원의 후원금을 주민자치위에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기탁된 후원금은 인근 수정초등학교에 4번에 걸쳐 80만원을 지급한것을 빼곤 주민자치위 통장에 고스란히 보관돼왔다.

“수년동안 계좌에 후원금을 보관만하다보니 정 면장님의 뜻이 퇴색되는 것같아 아쉬웠습니다.”

속리산면 주민자치위 간사인 박창수씨(67)는 “후원금 중 장학금 80만원 지급으로 줄어든 액수를 주민자치위 기금으로 충당한뒤 기관단체장들과 협의해 장학회를 만드는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주민자치위의 장학회 설립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법 많은 주민들과 출향인사들이 기부를 약속해왔다.

장학회는 기금을 3000만원으로 늘린 뒤 올해 하반기부터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식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 씨는 “7년전 기부한 후원금으로 장학회를 설립한다고 하니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영동 권혁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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