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송'도 혀 내두를 두얼굴 정치
`상송'도 혀 내두를 두얼굴 정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4.02.04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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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그는 `사형 반대론자' 였다. 수차례 국왕에게 반대 탄원을 올릴 정도로 사형 폐지에 적극적이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기 단두대를 직장으로 삼았던 사형 집행인 `샤를 앙리 상송 '의 얘기다.

16살때 처음으로 사형을 집행한 후 은퇴할 때까지 40년간 2700여명을 참수했다. 단두대를 없애야 한다는 상송의 탄원서를 받고 코웃음을 쳤을 국왕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가 그에 의해 목이 잘려나간 대목은 의미심장 하다. 프랑스 혁명을 선도하며 수천명의 반대자 내지는 반대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무차별 단두대로 보낸 로베스피에르도 상송의 손에 의해 최후를 맞았다. 그 역시 20대 변호사 시절 사형 반대론자로 이름을 알렸던 인물이다.

상송은 사형제를 일관되게 반대하면서도 일감(?)이 생기면 주저없이 단두대에 올라 형을 집행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일종의 가업이긴 했지만 `의사'라는 다른 직업도 있었기에 회피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한때 사랑했던 연인이 왕당파로 몰려 단두대에 올랐을 때도 주저없이 칼날을 내리꽃았다는 설이 전해진다. 입으로만 사형 폐지를 외친 사이비 휴머니스트가 아니었나 싶다.

총선을 앞둔 정치판을 쳐다보다 입과 손이 따로 노는 모순적 인물 `상송'이 떠올랐다. 말과 행위를 수시로 달리하며 유권자는 물론 자신까지도 농락하는 기만의 정치가 그의 이중생활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당원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한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옛 `병립형'으로 되돌리기로 하고 당원투표라는 요식 절차를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준연동제는 선거에 반영된 민의를 최대한 의석수에 반영하고 소수 정당의 진입턱을 낮춰 거대 양당 독과점 구조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민주당이 주도해 도입한 선거제이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두 정당이 비례의석만을 노린 위성정당을 띄워 제도를 무력화 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위성정당으로 중연동제를 훼손한 것을 반성한다”며 `온전한 준연동형 비례제'를 공약했다.

“다당제를 위한 선거개혁인 비례대표제 강화는 평생의 꿈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평생의 꿈'을 저버리기로 했다.

당원들을 불러 자신의 꿈을 밟도록 하는 요상한 방식으로 말이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뜻을 묻겠다고 하지만, 어떤 당원이 열정적으로 투표에 임하고 누구의 의중을 좇을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누차 밝혔던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도 구차한 방식으로 스스로 파기했다.

이 대표는 총선 공천과 관련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시스템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엊그제 공천관리위 면접 심사를 받고 나오며 기자들로부터 “난처한 물음은 없었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부인의 법카 의혹을 포함해 잡다한 혐의들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예비 후보자에게 난감한 질문 하나 하지못하는 심사 절차를 시스템으로 칭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어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명품백 논란과 관련해 김 여사의 사과를 거듭 요구해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실 간 갈등을 촉발한 장본인으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이후에도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그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대리 선언했던 한 위원장도 `김경율 배제'는 검토한 바 없다고 수차 공언한 바 있다.

한 위원장도 이 대표처럼 시스템 공천을 강조해왔다. 대통령실에 미운털이 박힌 김경률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은 한 위원장이 말한 공천 시스템에 금이 가는 소리로 들린다.

사형 반대자이자 사형 집행자인 두 얼굴의 사나이 상송이 우리 정치판을 보면 “한술 더 뜬다”며 혀를 내두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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