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해법 `희망'을 먼저 보여줘야
저출생 해법 `희망'을 먼저 보여줘야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4.02.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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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언제부턴가 새해를 맞이하며 `희망찬'이라는 수식어를 필자는 붙이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이 사용해 온 필자이지만 요즘은 `희망'보다는 `우려' 쪽으로 무게 중심이 자꾸만 기울어져 간다. 나이 들어갈수록 걱정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현실이 너무 암울하기 때문이다.

요즘 출생률을 높이겠다며 쏟아져 나오는 현금성 정책들을 보며 필자는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물론 보편적 수당 지급도 필요하다. 그러나 `돈 줄 테니 아기 낳아라.'라는 메시지가 공감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난해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인 `조앤 윌리엄스'가 EBS 다큐멘터리에서 한국의 낮은 합계 출산율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고 외치는 인터뷰 장면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인구 정책은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실제로 한국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으며, 2023년은 이보다 낮은 0.72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저출생 문제는 참으로 심각하다. 서로 앞다퉈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과연 현금성 지원 확대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필자는 `아니다'라고 감히 말한다. 단기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이러한 정책은 큰 실효성을 나타낼 수 없다고 단언한다.

생각해 보라! 대한민국의 노동 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연간 평균 노동 시간이 2285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 노동 시간인 1770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고 있다. 이토록 치열한 국가가 어디 또 있을까? 이런 현실에서 우울증과 자살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노동 시간은 길지만 고용 안정성은 낮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며, 평생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도 무엇 하나 나아지는 것이 없다.`상대적 양극화'는 이제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 그 끝이 보이지도 않으며, 계층 간 사다리가 와르르 무너진 지도 이미 오래다.

이런 현실 앞에서 결혼을 기피하고 혼자 살기도 버겁다는 청년들의 외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는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3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 지수는 0.680으로, 146개 국가 중 105위에 그쳤다. 이는 2021년 99위에서도 6단계 하락한 것이다. 여성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양육하며 사회 활동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이나 희생 없이는 여전히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진정 아이 낳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여러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노동 시간은 줄이고 고용 안정성은 높이며, 경제·교육·건강·정치적 기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평등 지수 향상을 위한 뼈아픈 노력이 필요하다. 일·가정 양립은 물론 가족 유형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치관과 인식의 변화 없이 출생률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유럽 국가들의 저출생 문제 해법을 살펴보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한 예로 이민에 배타적이었던 독일이 이민자 환영 정책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국적과 상관없이 세금만 내면 수급 대상이 될 수 있는 아동·부모 수당 등의 가족 친화 정책 강화, 여성의 교육과 고용 기회 개선,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에 힘쓰는 등 일·가정 양립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저출생 문제에서 탈출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눈여겨봄 직하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지금은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살기 좋은 나라의 `희망'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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