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에서 개벽으로
스마트에서 개벽으로
  •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4.02.0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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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우리는 지금 스마트한 지배에 예속되어 있다.' 한병철이 쓴 `서사의 위기'라는 책의 역자 서문 첫 문장이다. 필자는 이 문장에 깊은 울림을 받았다.

무엇인가에 예속되어 있다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다. 예속되어진 것이다. 우리들의 의지가 아니고 우리가 바란 것도 아닌데 우리는 스마트한 지배에 예속되어 버렸다. 스마트한 지배는 무엇을 말하는가? 아이에서 어른까지 우리는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찾는다. 연인들이 데이트를 하면서도 서로의 시선을 외면한 채 오로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나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보는 건 아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와 유튜브 등 영상을 본다. 휘발성 정보들이다. 내일이면 잊어버릴 수밖에 없고 더 자극적인 정보(스토리)가 기다리고 있다. 한병철은 이러한 스토리 중독 사회를 경계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스토리는 스토리 셀링으로서의 자본주의 시장이 만들어 낸 판매 가치로서의 스토리일 뿐이다. 경험과 지혜가 녹아 있는 서사가 아니라 아우라가 없는 정보로서의 스토리에 우리는 중독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해한 바로 간단하게 예를 들면 우리가 점점 유튜브의 요약된 영화 리뷰라던가 1분 미만의 쇼츠 영상에 중독되어 끝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현상일 것이다.

필자 역시 쇼츠 영상에 빠져 있던 경험이 있다. 손가락으로 밀어올리는 쇼츠 영상의 시간은 지극히 짧았지만 그 짧은 영상을 끝없이 밀어올리며 필자가 바란 것은 그저 말초 신경의 자극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2시간 이상을 쇼츠 영상만 본 적이 있다. 그저 시간을 죽이고 허비한다는 느낌이 너무나 강했지만 짧기에 다시 찾고 자극적이기에 다시 찾는 중독의 성향이 쉽게 나타났다.

서사의 위기라는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 원불교에서는 물질의 노예생활을 하는 정신이라는 표현이 있다. 일하고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제한 시간을 여가 시간이라고 한다. 우리가 여가 시간을 오직 스마트폰에만 빠져 있는 것은 서사의 위기 정도가 아니라 인간 정신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원불교의 전산 김주원 종법사는 원기 109년(서기 2024년)을 맞이하는 신년 법문으로 `우리 모두 개벽 성자로 삽시다'라는 화두를 던져 주셨다.

대종사께서는 대각을 이루신 후 미래를 전망하면서 `인류의 정신개벽이 아니면 장차 상상하지 못할 어려움이 닥칠 것'을 예견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해 일원상의 진리를 종지로 한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와 공부의 요도 삼학·팔조를 제정하시어 정신개벽의 큰길을 밝혀주셨습니다. 대종사께서는 이러한 교법을 제정하실 때 시대화·생활화·대중화의 정신을 교법에 담으셨습니다. `시대화'는 앞으로 한량없이 밝아지고 열려가는 시대에 맞게 하는 것이며, `생활화'는 모든 인류가 생활하면서 이 법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대중화'는 유무식 남녀노소 선악귀천을 막론하고 지구 상의 모든 인류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 법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말이 되었다. 원불교의 교조 소태산 대종사께서 109년 전에 미래를 예견하고 하신 말씀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본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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