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소환한 괴벨스
이준석이 소환한 괴벨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4.01.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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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파울 요제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1897~1945.5.1).

나치 독일의 대중계몽선전부 장관을 지내며 악명을 떨친 괴벨스는 궤변에다 공포감을 주입하는 선전선동으로 독일 국민을 세뇌시켰다.

그의 첫 공식 업적은 세계2차대전의 발발을 불러온 독일의 폴란드 침공 때 선전선동전이다. 당시 괴벨스는 폴란드 정부가 폴란드 내 독일 소수 민족을 탄압한다고 보도해 독일 국민의 분노를 이끌어내며 침략을 정당화했다.

직후 영국과의 확전 과정에서도 괴벨스는 거짓 보도로 영국을 혼란에 빠트렸다. 독일 잠수함이 영국 전함을 격침해 883명의 전사자를 냈는데 괴벨스는 `처칠 영국 수상이 시한폭탄을 이용해 배를 침몰시키려 했고 그 안에 있던 미국인들을 죽이려 했다'고 라디오와 신문을 통해 보도했다.

이런 형태의 거짓 선동은 독일국민에게 분노와 공포감을 조장하면서 나치의 거침없는 전선 확대에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독일 패망 시 가족과의 동반 자살로 생을 마친 그는 이런 끔찍한 어록들을 남겼다.

`거대한 거짓말을 계속 반복하면 대중은 결국 그것을 믿게 된다.'

`대중은 언제나 똑같은 상태다. 멍청하고 욕심 많고, 잘 잊어 먹는다.'

죽은 지 반세기도 훨씬 지난 괴벨스가 갑자기 한국 정치판에 소환됐다. 노인 무임승차 논란이 그를 불러냈다.

진중권 교수는 지난 2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겨냥하며 “괴벨스 같은 (선전선동) 화법을 쓴다”고 `저격'했다. 중앙 정치 무대 일당의 대표에게, 더구나 집권 여당의 전 대표를 지내기까지 한 중량감 있는 정치인에게 세계 최악의 선전선동가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발언을 한 것이다.

진 교수의 이 발언은 당일 오전 같은 방송에 출연한 이준석 대표가 “서울 4호선 지하철역 중 가장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역은 경마장역”이라고 말을 한데서 비롯됐다.

토론 상대인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노인 무임승차 논란에 대해 논지를 펴던 이 대표는 토론 말미에 자신의 `노인 무임승차 폐지안'을 주장하면서 `지하철 4호선 중 노인들이 가장 무임승차로 많이 오가는 곳이 (경마도박이 이뤄지는) 경마장'이라는 발언을 했다. 누가 봐도 노인들을 향해 `지하철 요금 낼 돈은 없다면서 도박할 돈은 있느냐'고 질타하는 발언이다.

진 교수는 이에 대해 “거기(경마공원) 가면 볼 거 많다. 저도 구경하러 애들 데리고 갔었다. 노인들도 거기 갈 수 있다”며 “(이 대표 발언의) 밑에 뭐가 깔렸느냐면 (무임승차로) 가서 노인들이 도박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인들이 정말 도박할 돈이 있을까. 거기 왜 갔을까. 이런 거 따져봐야 하지 않나. 전체 사례 중에 그게 얼마나 될까”라며 “감정을 긁는 전형적인 (선동형) 괴벨스적 화법”이라고 꼬집었다.

여진은 심상치 않다. 김호일 노인회장은 대한노인회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이 대표가 노인들을 `무임승차를 이용해 경마장에 가서 도박이나 즐기는 것'으로 모함했다. 악의적인 모략이자 의도적인 거짓 선동”이라며 이 대표의 정계 은퇴를 촉구했다.

이쯤이면 이 대표가 답을 해야 한다. 그는 노인·청년간 갈라치기를 부른 자신의 말에 대해 아직도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선동가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거짓을 말해 선동을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진실을 말해 선동을 하는 사람은 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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