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얼굴.
동그라미. 얼굴.
  • 변지아 제천여고 교사
  • 승인 2024.01.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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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변지아 제천여고 교사
변지아 제천여고 교사

 

갑진년 새해 충청타임즈 예술산책 필진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자취를 남기게 되어 설레고 떨리는 마음이 한가득이다. 음악 교사로 학생들과의 수업에서 받은 영감이나 계절과 관련성 있는 음악을 소개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무엇을 이야기할지 고민이 앞선다. 지금은 겨울 방학 기간인데 작년 이야기를 하자니 해묵은 이야기이고, 차가운 겨울을 말하기에 새해라는 시기가 주는 의미가 더 큰 듯해서이다.

이것저것 떠올려보던 1월의 어느 저녁 남편과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다가 무심코 동그라미가 떠올랐다. 사실 작년 이맘때 한국방송의 송골매 40주년 공연 중 `이 빠진 동그라미'라는 노래를 처음 듣게 되었다. 이 빠진 동그라미가 결핍을 채워보니 말 못할 답답함으로 채운 조각을 스스로 뱉어버리고 다시 길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익살스럽지만 철학적이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그냥 동그라미가 떠올랐다. 요즘 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 의식의 흐름대로 내버려 둬보니 동그라미는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이라는 가사로 흘러들어 갔고 오늘 이야기하려는 신귀복 선생님의 `얼굴'이라는 한국 가곡에 이르렀다.

요즘 학교 현장은 2020년 고시된 2015부분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고 있다. 내년인 2025년은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하고 새 교육과정인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해이다.

한국 가곡 `얼굴'의 작곡가 신귀복 선생님은 수많은 학교의 교가와 주옥같은 노래를 작곡한 한국 음악 교육계의 큰 인물로 5, 6차 교육과정 집필을 통하여 음악 교육 내용 수립에도 영향력을 발휘하셨다. 그 결과 당시 `얼굴'은 특히 중학생들의 주요 가창 실기 과제곡으로 많이 불려졌다. 7차 교육과정 시기에도 심심찮게 교과서에 실렸던 추억의 가곡은 요즘 음악 교과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사실 `얼굴'을 대중가요로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이다. 요즘 음악 교육 흐름이 실용 음악 쪽으로 열려 있다 보니 클래식과 팝을 아우르는 이 곡이야 말로 제재곡(수업용 음악)으로 안성맞춤 일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단조의 8분의 6박자 곡인 `얼굴'은 매 단락이 다른 선율이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통일된 하나의 완벽한 선율로 작곡되어 있다. 특히 셋째 단락은 머릿속을 맴도는 그리운 님의 얼굴이 가락선으로 형상화되며 감정의 고조를 맞다가 넷째 단락에 맴맴 돌면서 맺어지는 부분(선율선이 노랫말처럼 동형진행으로 뱅뱅 돌게 되어 있다.)은 작곡가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5분 만에 작곡된 선율인데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군더더기 없다. 잘 만들어진 노래는 가락의 흐름과 모양새가 노랫말과 합치하기에 더욱 마음에 새겨지고 억지로 외우려 하지 않아도 금세 자신의 노래로 저장되어 입을 통해 저절로 불려지며 새 생명을 얻게 된다. 그래서 옛날 노래라는 표현은 어쩌면 틀린 표현이지 않을까?

그래. 올해는 얼굴이다.

사실 새해 인사로 많은 전화와 온라인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올 새해는 만나고 싶은 그리운 사람들과 좀 더 대면하기 바란다. `얼굴'이 단조로 작곡된 것은 너무도 애틋해서 아닌가. 보고 싶은 그대에게 전화나 문자로 인사하기보다 짬을 내어 만나러 가보자. 단조는 슬프니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기에 올 새해에는 얼굴을 보면서 인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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