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졸업도 옛말
칼졸업도 옛말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4.01.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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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라고 했다. 씨 뿌릴 때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친다. 제때 비가 내리지 않아도 낭패를 본다. 농사도 이런 진데 우리네 인생도 중요한 시기를 놓치면 쌓이는 것은 후회와 반성뿐이다.

학창 시절 어른들에게 귀 따갑도록 들은 얘기는 `배움에도 다 때가 있다'라는 말이다. 배울 시기를 놓치면 남보다 뒤처지고 결국 실패한 인생을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만큼 세상도 변했다. 대학가에선 정시졸업 일명 칼졸업이 옛말이 됐다.

예전엔 꽃다운 20살에 대학 캠퍼스를 밟고 2년에서 4년까지 주어진 교육기간 대학생활을 누리고 졸업장을 받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우리나라 청년들의 대학 생활은 길어졌다. 휴학과 유예, 해외 연수 등의 이유로 2~4년은 사회 통념상 기간으로 전락했다. 대학 5학년, 6학년이 일상화됐다. 물론 후배들은 대학 5학년을 유령, 6학년을 화석이라고 부르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들도 화석의 삶을 고민하게 된다.

대학생활이 길어졌다고 캠퍼스의 낭만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 광장에서 기타치고 토론하고 노래하던 추억도 `응답하라 1988'시절이나 가능했던 얘기다.

요즘 대학 신입생들은 MT나 대학축제에 설레지도 않는다. 동아리 가입도 시큰둥하다. 입학하자마자 반수할까, 재수할까, 휴학할까를 고민한다. 도서관에서는 석학들이 추천하는 권장도서 100권을 읽기보다 공무원 시험공부나 자격증 공부에 매달린다.

대학생들이 대학 문을 나서지 않는 것은 고용불안이 만들어낸 결과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대졸자(3년제 이하 포함)의 평균 졸업 소요기간은 4년3.3개월이었다. 학제별로 보면 3년제 이하 대졸자의 졸업 소요기간은 평균 2년10.5개월, 4년제는 평균 5년1.4개월로 나타났다.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남자의 경우 3년제 이하 졸업자는 3년6개월, 4년제는 6년이 걸렸다. 졸업 후 첫 일자리를 얻는 데 걸린 기간은 10개월이었다. 대학 문을 나선 뒤 10개월은 백수 신세였다는 말이다. 미취업자의 경우 40.9%는 직업교육·취업시험준비를 하고, 25.4%는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집계됐다. 휴학경험 비율은 45.8%로 나타났다. 휴학사유로 남자는 병역(95.3%)이 가장 높았다. 여자는 취업 및 자격시험 준비(47.1%), 어학연수 및 인턴 등 현장경험(29.7%) 순으로 높았다. 평균 휴학기간은 남자가 2년 3.4개월, 여자는 1년 2.3개월이다.

최종학교 졸업자 중 미취업자의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는 45.3%로 절반에 가까웠다.

청년들은 대학 문을 나서도 대다수는 백수로 살아야 한다. 휴학은 필수, 졸업이 선택인 이유다.

대학생활이 길어질 수록 비용 문제로 청년의 어깨는 무겁다.

유기홍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대학교육연구소가 발간한 `대학생 삶의 비용에 관한 리포트 Ⅱ'를 보면 서울 4년제 대학에 다니는 E씨(가상인물)가 대입부터 대학 졸업까지 총 5년(4년제 대졸자 평균 졸업 소요기간 5년 1.4개월)간 들어가는 비용은 총 9746만원(입학전형료, 등록금, 주거비, 생활비, 취업 준비 비용 포함)이다. 물가 인상과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대학생 1명이 학사 학위증을 받는 데에만 1억원 이상 든다.

졸업장을 취득하기 위해 억대의 돈이 필요하고 취업에 필요한 스펙쌓기에 또다시 돈을 써야하는 세상. 졸업을 해도 취업할 직장이 없고 대학 캠퍼스에 오래 머물자니 눈치가 보이고 청년들의 미래는 늘 불투명하다. 청년들에게 꽃피는 봄날은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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