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소동
소파 소동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4.01.1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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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오래 전 어느 아파트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누군가 몰래 아파트 후미진 곳에 소파를 버리고 간 것이었다.

그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하나 둘씩 그 광경을 보고 누구의 짓인지 말들이 끓기 시작했다.

그 당시 스티커가 없던 시절이라 그 처리를 전전긍긍하다가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몰라도 뜻하지 않게 이런 일을 맞이한 주민들은 급기야 아파트 주민회의를 열어 소파를 버린 범인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켰다.

그 소식을 들은 세진엄마는 깜짝 놀라 간담이 서늘하였지만 본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르는 체 하며 그 아파트를 지나치곤 했다. 세진이네 가족은 일곱 살 난 사내아이 세진이와 엄마아빠 세 식구가 아파트 옆 동네 작은 빌라에 살고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세진이네 가족이 그곳으로 이사를 와서 얼마간 살다보니 가뜩이나 작은 빌라에 소파가 차지하는 평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비록 전세지만 그런대로 평수가 있어 소파가 있는 것이 그들이 살아가는데 품위와 안락함을 주기도 하였지만 막상 작은 평수에 살으려니 소파가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 가족이 이 작은 평수로 이사를 한데에는 좁고 불편하지만 집을 드디어 마련했다는데 그 큰 의미가 있었다.

그 만큼 집 없이 떠도는 고통과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토록 힘들게 장만한 집이었건만 날마다 소파를 보며 짜증나는 스트레스와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비장한 각오로 결심을 한 듯 세진엄마와 아빠는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에 소파를 사람들의 눈에 쉽게 뜨일 것 같지 않고 발길이 드문 한적한 옆 동네 아파트 한 구석에 소파를 슬며시 버린 것이었다.

과연 그것이 덮어질 수 있을까 눈 가리고 아웅 하듯 하늘을 손으로 가리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살다보면 살림살이라는 것이 집이라는 공간에 채우기도 힘들지만 비우기도 힘든 것이 또한 살림살이라지만 그걸 핑계로 무책임한 행동은 설득력이 부족한 듯 보였다.

다음날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세진은 소파가 없어진 허전함을 느끼고 엄마에게 소파가 어디갔냐고 꼬치꼬치 묻고 또 물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엉뚱한 말로 둘러대며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듯 얼렁뚱땅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그날부터 그녀는 세진이와 함께 외출할 때면 그 곳을 돌아가거나 다른 길을 선택해 갔다.

영문도 모르고 엄마 손에 붙들여 따라가는 세진은 엄마가 왜 그러는지 알 까닭이 없었다.

그런데 여러 날이 가도 가도 늘 철저히 신경을 쓰며 다니던 그녀였는데 그날따라 걸려온 전화에 통화를 하면서 걷다가 자연스럽게 그 길로 들어섰다.

몇 걸음 지나 버려진 소파가 있는 곳을 지나칠 무렵 아이들이 소파 위로 올라가 신나게 뛰어 놀고 있는 모습을 세진이가 보았다.

그 순간 세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사라진 소파였다.

세진은 놀란 눈으로 “우리 소파다”를 외치며 소파를 향해 달려갔다. 세진은 아이들에게 우리소파라며 당장 소파 위에서 내려오라고 큰소리를 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황한 세진엄마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이들이 시끌하게 싸우는 소리를 듣고 어른들이 몰려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들통이 나고 말았다.

그 뒤는 어찌 됐을까 궁금하지 않았다. 이렇게 소파 소동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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