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공존
갈등과 공존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4.01.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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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국장(진천주재)
공진희 부국장(진천주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과 인기 웹툰 작가 주호민의 교사 법적 고발 논란을 계기로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이 새로운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했다.

지난해 7월 18일 서울 서이초 교사가 극단 선택을 한 채 발견되면서 교권 침해 논란이 촉발됐다. 고인은 사망 직전 학부모 민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교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8월 23일 교권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으며 국회도 9월 21일 교원지위법 등 `교권 4법'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서울 서초경찰서가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수사를 `혐의없음'으로 종결하자 교원단체가 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자신의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둘러싸고 교사의 정당한 훈육인지, 학대인지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고 있다. 특수교육 현장에선 이번 사태를 단지 주씨 가족과 특수교사 간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 더 나아가 특수교육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칡(葛)과 등나무(藤)가 만났다.

칡은 왼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가고 반대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가서, 두 개체가 얽히면 아주 풀기 어려운 모습이 된다. 게다가 칡과 등나무는 질기고 자르기도 힘들며 뿌리뽑기도 어려워 개인이나 집단 간의 의견충돌 및 마찰을 이에 비유하여 갈등(葛藤)이라고 한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회 갈등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 및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방역 불복운동 등을 통해서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학생들의 보호를 위해 학교 등교와 사설 학원에서의 교육을 자제하라는 정부와 자녀 공부와 맞벌이로 아이를 직접 돌볼 틈이 없는 맞벌이 부부 간에도 갈등이 생겼다.

2020년 8월 한 교회의 코로나 집단 감염 사건 이후로는 개신교와 비(非)개신교의 갈등, 보수와 진보의 갈등, 노년층과 청년층의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

갈등을 넘어 공존으로 가는 길은 무엇일까?

먼저 갈등과 공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집단 내에서 제거되어야만 하는,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던 갈등은 이제는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갈등은 창의적이고 생동감있는 집단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들도 나타났다.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갈등이 있는 사회는 시스템이 있는 사회이고, 갈등이 없는 사회는 시스템이 종언을 고한 사회' 즉 붕괴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우리사회에 갈등이 넘쳐난다는 것은 그만큼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에따른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에 맞게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역지사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공존의 길이 보인다. 그러기 위해 열린 마음과 경청은 필수이다. 갈등의 해법을 모색해가는 과정 자체가 공존으로 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정치·경제적 권력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내뱉은 분리통치 차원의 발언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이슈의 재생산 과정을 통해 편견과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 좌절과 혐오를 먹고 자란 분노가 불특정다수를 겨누고 있다.

위태로운 일상과 마주선 사회, 그 어느 때보다 공존의 가치와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

갑진년 새해에는 갈등으로 눈물떨군 그 자리에 기어이 공존의 사랑꽃이 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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