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듀 송
2023년 아듀 송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3.12.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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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사흘 후면 2023년이 2024년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떠납니다.

바야흐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의 시즌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너나할 것 없이 별리의 회한과 상봉의 기대가 뒤범벅이 되어 착잡하기도 하고 들뜨기도 합니다.

회자정리란 말이 웅변하듯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세월이든 모든 만남은 헤어짐을 수반합니다.

재회할 수 있는 이별은 기다림의 미학이 있지만 재회할 수 없는 작별은 추억 몇 가닥을 남기고 무상과 허무를 낳습니다.

목숨이 유한하듯 관계와 연줄도 유한한데 무한할 것처럼 오늘 못하면 내일 잘하면 되지 하다가 낭패를 보는 게 우리네 인생살입니다.

돌아보니 2023년은 빛보다 어둠이 많은 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렇고 나라 안과 밖이 모두 그랬습니다.

기쁨보다 슬픔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았던 해였습니다.

형제나 다름없던 절친 후배 임부규 사장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져서 한동안 슬피 지냈고, 제수씨나 다름없는 건강했던 후배부인이 난소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어서 가슴 아팠고, 무릎연골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해 5개월째 지팡이 신세를 지고 있으니 결코 좋은 해라 할 수 없음입니다.

사소한 오해로 관계가 서먹해진 이도 있고, 작품다운 작품하나 건지지 못하고 허송세월한 것도 그렇습니다.

지구촌은 더 엉망입니다. 이상기후로 빙하와 만년설이 녹고, 폭염과 태풍과 폭우와 가뭄과 지진이 시도 때도 없이 지구촌을 강타해 피멍이 들었습니다. 5만여 명이 죽고 62만 명의 이재민을 낸 2월에 발생한 튀르키예 남부 지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처럼 지구가 이상기후와 천재지변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데 이에 공동대처해야 할 인류는 어이없게도 지금 목하 전쟁 중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점입가경인데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정파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가공할 전쟁을 벌이고 있고 수단이 내전의 수렁에 빠지는 등 세계 곳곳이 포연에 휩싸여있습니다.

무고한 인명이 살상되고 삶터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는 만행이 전쟁이라는 미명하에 합리화되고 가열해지니 기가 찹니다. 성경 속에서 졸고 있는 평화와 종교인들이 입으로 외치는 평화에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결코 좋은 해가 아니었습니다.

빌라왕 사기사건이 곳곳에서 터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끊는 등 서민들의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어민들과 수산업자들이 고초를 겪었습니다.

국가망신을 초래한 새만금 국제잼버리대회와 부산엑스포 유치실패도 그렇고 정부 전산망 마비도 그랬습니다.

야당은 의석수로 여당은 공권력으로 난관을 뚫으려하니 나라가 온전할 리 없습니다.

충북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지하차도 침수사건도 그렇고, 불발로 끝난 김영환 도지사 주민소환도 그랬습니다. 설익은 정책의 남발과 표류로 도력이 저하되고 갈등이 심화됩니다.

2023년은 그렇게 그늘이 많은 해였지만 빛도 없진 않았습니다. 지난 5월에 세계보건기구가 엔더믹 선언(코로나 해제)을 했고, 우리정부도 9월에 코로나 종결(감기와 같은 감염병으로 지정)을 선언해 코로나19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무릎연골 파열로 고통을 겪었지만 덕분에 맨발걷기를 일상화하니 빛이라 할 만합니다. 인류에게 적신호를 보낸 2023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적신호를 청신호로 바꿀 의인을 찾습니다. 인류의 안녕과 지구의 안전을 위해.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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