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로서의 청렴 `유독(留犢)을 통하여'
공직자로서의 청렴 `유독(留犢)을 통하여'
  • 김선우 청주시 인사담당관 주무관
  • 승인 2023.12.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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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선우 청주시 인사담당관 주무관
김선우 청주시 인사담당관 주무관

 

`공직자' 뒤에 따라오는 `청렴'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당연해서 오히려 그 뜻에 대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다'는 뜻을 가진 `청렴'의 자세로 공직에 임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새겨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개념이 가진 뜻을 섬세하게 살펴볼 때 반의어를 떠올려보는 것은 도움이 되는데, 청렴의 반의어는 대체로 `부정'과 `부패', `혼탁' 등으로 행동이 정의롭지 않으며 의식 따위가 타락한 형상을 가리킨다. 특히 `혼탁'이라는 단어는 청렴의 뜻을 거꾸로 톺아보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유의미한 지점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섞을 혼'에 `흐릴 탁'을 쓰는 `혼탁(混濁)'은 불순물이 섞여 맑지 않고 흐린 상태를 말한다. 즉, 청렴하다는 것은 그 어떠한 불순물이라도 허용하지 않는, 맑고 깨끗한 행동과 의식 상태를 유지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한자성어 `유독(留犢)'은 공직자로서의 청렴이 가리키는 바가 무엇인지 하나의 일화를 통해 알려준다. `송아지를 남겨두다'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중국 후한 말기 `시묘'라는 인물과 관련한 고사에서 유래한다. 탐욕이 없고 악행을 싫어했던 시묘는 수령으로 부임하면서 암소 한 마리를 데리고 갔다. 시간이 지나 암소는 송아지 한 마리를 낳았고, 재임 기간이 끝나 마을을 떠나는 시묘는 송아지를 남겨두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암소가 낳은 송아지를 데려가라고 했지만, 그는 자신이 데려온 것은 암소이지 송아지가 아니기에 이 마을에서 태어난 송아지는 마을의 것이라고 답했다. 공직자로 재임한 기간에서 얻은 그 무엇도 가지지 않겠다는 시묘의 태도는 당대 사람들의 눈에 과하게 비쳤지만, 그의 청렴함은 `유독(留犢)'이라는 말과 함께 남아 모든 공직자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짚어준다.

청렴한 태도로 공직을 수행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이처럼 조금은 `과할 정도'로 자신에게 엄격했을 때 완성된다. 공직자로서 자신의 행실을 계속해서 뒤돌아보면서 어떠한 탐욕도 남기지 않겠다는 결연한 태도가 청렴한 공직자를 만든다.

우리 시에서도 공직자 청렴도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 구축 및 직원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공직자 개인의 끊임없는 성찰과 냉철한 의지와 만났을 때 그 결실을 맺을 것이다. 공직자로서 `청렴'을 생각과 행동에 새기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더 신뢰할 수 있는 `청렴한 청주'로 나아갈 수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과할 정도로 추구하는 것을 보고 `유난'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직자에게 청렴이라는 가치는 유난스럽게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무에는 조금의 불순한 마음이나 탐욕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때의 마음가짐들이 모두 유난스럽게 그리고 `유독(留犢)'한 마음으로 청렴하게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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