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 이대로는 안된다
안전 불감증 이대로는 안된다
  • 연지민 부국장
  • 승인 2023.12.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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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사람이 사는 곳에 사건·사고가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안전 불감증은 심화하고 있다.

대형사건은 물론이고 일어나선 안 되는 사고들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불안이 일상화되고 있다.

청주에서는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에 눈썰매장의 보행통로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10여 명이 구조물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이중 2명은 중상을 입었고 1명은 경상을 입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세종시에선 목욕탕에서 감전사고가 발생해 3명이 안타깝게 숨졌고, 서울의 한 아파트에선 화재로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목욕탕과 집이라는 일상적 장소가 사고 현장이 될 줄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청주의 눈썰매장은 청주시가 신규 `꿀잼공간' 대폭 확충정책에 따라 조성한 곳이다.

청주시가 현장점검을 한 지 사흘 만에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공조직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내린 눈이라지만 보행통로 지붕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것은 부실한 현장점검은 물론 부실한 공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 부재가 가져온 사고들이 평범한 일상생활을 위축되게 하고 있다.

이는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하고 나서 지금까지도 사고 책임이나 대처과정을 두고 관리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공방만 하는 모습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책임자 처벌이 분명하게 이루어졌다면 일선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담당자들도 경각심을 가졌을 것이고, 재발하지 않도록 긴장하고 안전을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결국 책임을 묻지 않고 두루뭉술 넘기려고 하면서 제2, 제3의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지구촌이란 말처럼 사건·사고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같이 살면서 평온하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더구나 개인 문화가 공동체 문화보다 더 강하게 확산되면서 사고의 책임을 따지는 것도 미시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요즘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지겠다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사과조차 받기 힘들다. 오히려 남 탓으로 전가하며 책임을 모면하려는 공직자의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하게 된다. 왜 공직에 앉아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지 직무를 모르는 공직자들을 볼 때마다 시민들은 분통이 터진다.

공직을 맡았다는 것은 그 직을 책임지고 수행하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이고 의무이다.

책임지지 않는 공직자들의 태도는 가까운 우리 사회에 발생할 크고 작은 사건 사고의 잠재적 유발자이기도 하다. 사건·사고를 회피하고 책임을 외면할 때 더 큰 사고가 발생한다.

사적인 문제야 개개인이 처리하고 조심하고 감수하면 된다지만 공직자들의 무책임한 행태는 공동체 사회에 균열을 가져온다. 이 균열은 시그널이 돼 일상 곳곳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 사회를 좀먹는다.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은 그래서 더 무섭다.

국가나 지자체나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실수와 책임을 인정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을 재정비하는 일이 우선이다.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공공의 영역은 더욱더 큰 책임감으로 임해야 한다. 갈수록 험악해지고 갈수록 무서워지는 세상에서 힘없는 시민들이 의지할 곳은 결국 국가다. 국가기관이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고 안전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때 안전한 사회, 안전한 국가도 담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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