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억만 데리고 가자
행복한 기억만 데리고 가자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3.12.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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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후회'란 단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짐했던 계획이나, 살아오면서 기억되는 여러 가지 상황이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연말이 되면 늘 `후회'를 남기곤 한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열심히 살아냈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다독여 봐도 `아! 그때 그렇게 할걸…', ` 내가 만약 그랬다면…결과가 달라졌을까?'하는 후회 말이다.

후회는 과거에 머무르게 한다. 아무리 그리워해도 돌아갈 수 없는 과거는, 아무리 후회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며 때로는 원망을 만들어 낸다. 그렇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온다 해도 과연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자신할 수는 없다. 과거와 후회는 그래서 더 미련을 남기게 되는가 보다.

다시금 한 해를 떠나보내면서 지나온 시간을 하나 둘 돌이켜보면 역시 개운하게 `밝음'이라 외칠 수 없는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저 실망스런 기억도, 서글펐던 마음도, 아팠던 가슴도 토닥토닥 다독여 추억으로 기록하면 될 것을 자꾸만 되새기며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서운해하기도 한다.

얼마 전 상담원 선생님들과 간담회를 마친 후 식사를 하면서 “올해는 특히 더 힘들었다”며 씁쓸한 기억들 속 이런저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한 선생님께서 “힘들고 아픈 기억은 가슴에 남아 더 오래가는 법”이라고 말씀하시자, 다른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80대 어르신들 상담을 요즘 많이 하는데 어떤 분들은 힘들었던 기억만 말씀하시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행복했던 기억만 말씀하신단다. 인간은 보통 힘들었던 일들이 가슴에 새겨져 더 많이 기억될 수 있기에 행복했던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옛 어른들은 참 지혜로워서 결혼사진, 생일 사진, 가족사진, 돌 사진, 상장 등을 벽에 걸어 두었던 것 같다고 하신다. 그렇게 행복한 순간을 벽에 걸어 두고, 잊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으니 지치는 순간에도 그 사진들을 보며 다시금 회복할 수 있는 참으로 좋은 방법이라는 말씀도 더해 주셨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아~ 어떤 이는 힘든 일만, 어떤 이는 행복한 일만…'이라는 말씀이 쿵 가슴을 울렸다. 전자의 경우가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아픈 상처와 힘든 일들은 가슴에 남아 기억하고 떠올리려 노력하지 않아도 머릿속을 울리는 반면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들은 굳이 꺼내어 보아야만 비로소 가슴에 새겨지는 모양이다.

2023년 1월부터 시작된 12번의 만남을 떠올려 보았다. 생각만 해도 눈가에 주름이 잡히고 입꼬리가 올라갈 만큼 미소가 스르르 번져나는 순간들이 분명 존재한다. 기억을 더듬어 가보니 커다란 이벤트가 아니라 오히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먼저 눈앞에 그려진다. 그렇다.

의도적으로 행복한 기억을 꺼내어 가슴 속에 새겨 놓지 않으면 어느새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사진을 걸어 두고 즐거웠던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지혜를 배우며 한 해 동안 가질 수 있었던 커다란 웃음소리를 귓가에 남겨두고, 비록 가슴 벅차게 설레이는 순간은 아니더라도 작은 기쁨의 시간을 마음에 남기며 올 한 해는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고 고백하련다.

다가오는 새로운 12번의 만남에는 또 `어떤 행복한 순간들을 기록하게 될까?' 두근두근 설레이는 가슴도 함께 품어보면서 기대 가득한 새해맞이 준비를 분주히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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