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령옛길과 다자구 할머니(죽령산신) 이야기
죽령옛길과 다자구 할머니(죽령산신) 이야기
  • 양병모 충북문화재연구원 유물관리팀장
  • 승인 2023.12.17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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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양병모 충북문화재연구원 유물관리팀장
양병모 충북문화재연구원 유물관리팀장

 

죽령(竹嶺, 해발 689m)은 소백산맥의 험준한(해발 1,000~1,500m) 산지사이에 형성된 고개길이다. 서울, 영동과 영남 즉, 서울-춘천-원주-영주(풍기)-안동-의성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교통이다. 이 곳은 삼국시대 소백산맥을 기준으로 신라가 고구려·백제를 막기 위한 자연 방어선과 국경선 기능을 하였다. 후삼국시대에는 태봉-고려가 죽령을 통해 영남지역으로 진출하고자 하였으며, 고려후기 홍건적의 난으로 공민왕 10년(1361)이 복주(안동)으로 피난왔을 때 홍건적을 막기위해 죽령일대를 방어선으로 이용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죽령을 넘어와서 관군과의 전투기록, 조선통신사가 일본에서 서울로 복귀하는 사행길로 이용한 기록도 확인된다. 그 만큼 죽령 고개길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동안 인적·물적자원이 고개길을 통해 교류하였다.

옛 사람들은 신발도 변변치 않을 것이고 험준한 산을 넘는 것은 매우 힘든 여정이다. 헌난한 고개길을 편안하게 넘어가면 다행이지만 어디 편안한 길 있을까? 항상 위험요소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인적과 물적자원 등이 이동하는 공간이기에 도적이 많았을 것이고, 굽이굽이 험준한 길을 넘어야 하기에 안전사고도 여럿 발생하였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 또는 동료가 무사히 고개를 넘기 위한 죽령의 수호신이 필요로 하였으며, 그것이 `다자구 할머니=죽령산신(竹嶺山神)'이다. 지금도 매년 단양군 대강면 용부원 3리 죽령신당(竹嶺山神堂)에서 지자체 주관으로 음력 3월과 9월 두 차례 정기적으로 날을 정해 산신제를 지낸다고 하며, 산신제의 주체는 다자구 할머니이다.

죽령산신제와 관련한 최초의 기록은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서 확인된다. 태종 14년(1441) 예조(禮曹)에서 산천(山川) 사전제도(祀典制度)를 정비하면서 국행의례로서 죽령산(竹嶺山)이 소사(小祀)에 등제(等第)되었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볼 때 죽령산신제는 조선초 이전에도 존재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2021년 죽령산신당 근처 용부원리사지를 발굴조사하였는데, 그 결과 용부원리사지의 조성시기가 통일신라~고려시대에 운영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해져 내려오는 다자구 할머니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죽령 일대에는 도적 떼 소굴이 곳곳에 있어 지나가는 행인을 상대로 도적질하고 심지어는 공납물조차 노략질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여 단양군수가 곤경에 처했다. 그때 한 할머니가 나타나서 도둑을 잡을 수 있는 묘안이 있으니 인근 군에서 군사들을 지원받아 도적 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단양군수에게 청하였다. 할머니가 `다자구야!' 외치면 도적 떼가 잠을 자고 있는 신호요, `들자구야!' 외치면 도적 떼가 자지 않고 있으니 기다리라는 신호로 알라는 묘책을 내놓고는 도적 소굴 근처에서 “다자구야, 들자구야!” 하며 외치고 다녔다. 도적 떼가 웬 소리냐고 묻자 할머니가 말하기를 “나에게 아들이 둘이 있는데 큰아이는 다자구요 작은 아들은 들자구인데, 작은 아들이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 찾아다닌다.”라고 하니, 도적들이 의심하지 않고 도적 소굴에 같이 머물게 하였다. 어느 날 두목의 생일을 맞아 밤이 깊도록 술을 마신 도적들이 취해서 곤히 잠들자 할머니는 “다자구야!” 하고 외쳤고, 매복해 있던 군사들이 한순간에 도적 떼를 잡았다. 임금은 이 소식을 듣고 보상 하고자 할머니를 찾았지만 결국 못 찾았다. 어느 날 임금의 꿈에 할머니가 나타나 연을 띄워 연이 떨어진 곳이 내가 자리 잡을 곳이라고 알려 준다. 그곳이 지금의 죽령산신당 자리이다

다자구라는 이름은 도둑을 물리칠 때 `다자구야(다 잔다)'에서 유래되었다. 죽령산신은 지혜와 용기로 도둑 떼를 물리쳐서 마을과 나라를 지켜준 공으로 인해 신격화된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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