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에서 온 충북인 제주 속으로
뭍에서 온 충북인 제주 속으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12.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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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충북대 박물관대학에서 실시한 제주 답사를 다녀왔다. `뭍에서 온 충북인 제주도 속으로'란 주제로 2박 3일의 여정을 보냈다.

첫날 국립제주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제주도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집약해 놓은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제주도로 유배 온 학자와 정치인들을 시대별로 알기 쉽게 정리해 놓아 인상 깊었다.

제주국립박물관을 관람하고 제주도 원도심 투어로 제주목 관아, 오현단, 동문시장, 산지천을 탐방했다. 관덕정은 병사들을 훈련 시키기 위해 지은 누각이다. 제주도에 현존하는 건물 가운데에 가장 오래된 건물이란다. 오현단은 제주성지 남쪽 성벽 아래 위치했다.

다섯 현인 충암 김정, 청음 김상헌, 동계 정온, 우암 송시열, 규암 송인수 선생을 배향했던 곳이다.

우리 고장 출신 우암 송시열 선생을 기리고 선생의 글씨 `증주벽립(曾朱壁立)'이 바위에 새겨져 있어서 감개무량했다.

둘째 날 환상 숲 곶자왈과 저지문화예술마을, 알뜨르 비행장, 송악산 둘레길을 탐방했다. 환상 숲 곶자왈은 오감을 흔들어 깨우며 더불어 신비로운 자연생태를 배우는 곳이다. 모 방송국 프로에 여러 번 방영된 곳이다. 아버지와 딸의 삶과 자연의 섭리를 곱씹으며 저지문화예술인마을로 향했다.

저지문화예술인 마을은 작가 30여 명의 작업실과 갤러리, 야외 공연장, 제주현대미술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화가 김창렬 미술관을 둘러보고 제주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현대미술관 입구에 이르자 커다란 설치 작품이 일행을 맞이한다. 최평곤의 작품 `여보세요'란다. 특별전으로 김흥수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황금빛 고독, 폭풍의 바다'를 주제로 한 변시지 화가의 작품과 영상을 감상하면서 거친 자연환경과 핍박 속 제주인의 삶을 표현한 작가의 제주 사랑을 느꼈다.

예술마을은 서로 다름으로 빛나는 예술가들의 삶이 보태져 더욱 아름답다. 겨울비에 수런대는 예술마을을 뒤로하고 알뜨르 비행장으로 향했다.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 강점기 제주 도민의 애환이 깃든 군용비행장이자 한국전쟁의 아픈 상처를 간직한 역사의 장소다. 자분자분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은 부모님 세대가 감내한 삶을 생각해 보았다.

셋째 날 제주돌문화공원과 김영갑 갤러리를 탐방했다. 제주돌문화공원의 돌 박물관에서 제주의 형성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오백장군갤러리에서 27회 제주미술제가 `융(融), 섬의 연대기'란 주제로 열리고 있었다. 부채를 들고 있는 석상 뒤 벽면에 제주도 해녀의 증언을 토대로 한 영상이 방영되고 있다. 제주 해녀의 애환을 예술로 승화의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돌문화공원 관람을 마치고 나오자 비바람을 따라 안개가 몰려온다. 안개비에 젖어 드는 풍광을 바라보며 김영갑 갤러리로 향했다.

김영갑 사진작가의 작품과 유품이 전시된 갤러리는 폐교를 활용하여 꾸며놓았다. 투병 중에도 제주도 자연환경의 순간을 사진 예술로 승화하고 갤러리 두모악을 조성한 작가의 예술혼이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작가의 유골이 스며든 마당 산책길 따라 사색에 잠긴다.

2박 3일 동안 제주를 사랑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다간 사람들과 제주를 사랑하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향기와 마주했다. 서로 다른 가치 있는 삶의 이야기에 내 삶의 여백을 만든 뜻깊은 제주도 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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