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립극단 설립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충북도립극단 설립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12.11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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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충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이 올 초부터 준비해온 충북도립극단 설립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지난 8일 충북도의회 예결위원회에서 내년 예산 14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내년 1월 출범 계획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도립극단 출범을 위해 준비 과정부터 어렵게 끌고 온 충북문화재단 역시 운영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처럼 충북도립극단 내년 설립이 어렵게 됐지만 공공예술기관의 출범이 무산됐다고 절망하기엔 이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말처럼 극단 창립 과정을 새롭게 정비해 탄탄한 도립극단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면 다시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충북도립극단 설립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역연극계에서 도립극단 설립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08년도다. 당시 충북도가 도립교향악단 창단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지역연극계는 불만이 컸다.

청주시립교향악단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도가 교향악단을 창단한다는 것부터가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챔버오케스트라 규모로 하되, 도내 시군 순회공연을 통해 문화예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수준 높은 공연한다는 목적으로 운영방침을 정하면서 2009년 어렵게 도립교향악단이 출범했다.

이후 지역연극계에선 도립극단 설립에 목소리를 냈고, 지역 공연계를 달래는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 도 지정예술단 제도였다.

도 지정예술단으로 선정된 단체에 연간 2억원의 창작활동 지원금을 지원하면서 열악한 공연계가 자립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감독·관리가 허술하고, 지원금 사용이 목적에 벗어나면서 도 지정예술단 운영은 6년 만에 폐지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도립극단에 대한 필요성은 더 커졌다.

젊은 연극인들의 타지역 유출에 따른 지역연극계의 고령화는 세대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한 제안이기도 했다.

특히 예술인의 복지 및 일자리 창출, 문화예술 기반 조성 등 차원에서 도립극단 설립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도 지정예술단 폐지로 연 4억원이라는 예산 용처에 대한 고민 속에 도립극단 출범이 논의되었고, 도립극단 설립 요구 15년 만에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 지난 5월 (가칭) 충북실험극단 설립필요성과 운영방향 토론회가 3회에 걸쳐 진행되었고, 최종적으로 `충북도립극단'이란 이름으로 설립을 본격화했던 것이다.

물론 충북도립극단 설립 과정에서의 이견도 많았다. 연극계만 한정할 것인지 공연예술계를 아우르는 극단으로 정할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고, 재원 마련도 난제가 아닐 수 없었다. 당장 배우들을 채용해야 하고, 연습할 공간도 필요하고, 극단을 뒷받침할 조직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내년 정부 예산이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20여억원이 넘을 것이란 애초 예산을 17억원으로 줄이고 다시 14억원으로 낮췄지만 결국 예산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그렇다고 충북의 문제만이 아니다. 공공예술기관 설립 문제는 타 시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만큼 문화예술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설립하는 데는 지속적인 예산 확보와 장르별 형평성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지역공연예술계가 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지치지 않고 지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도립극단의 설립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이번을 계기로 철저하게 공공예술기관으로의 도립극단 설립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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